산모 낙상 후 태아 사망에 대한 병원 의료과실 인정 판결

전자간증 의심으로 입원 중이던 산모가 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진 후 복통을 호소했으나, 병원 의료진이 태반조기박리 가능성을 제때 진단하고 처치하지 못해 태아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을 인정하고 산모와 배우자에게 총 3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임신 중 전자간증 의심으로 I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낙상 사고를 당하고 태아를 사산한 산모
• 원고 B: 원고 A의 배우자
• 피고 D, E, F, G: I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피고 병원의 운영자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9년 6월 7일 임신 진단을 받은 후 2019년 12월 13일 정기검진을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소변검사에서 단백 성분이 검출되고 고혈압이 측정되어 전자간증 의심 소견을 받고 입원 치료를 권유받아 입원했습니다. 2019년 12월 16일 최종 선별검사 결과 전자간증 의심 소견을 받았으며, 같은 날 21:40경 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음 날인 12월 17일 04:00경부터 복통을 느끼기 시작하여 의료진에게 알렸고, 10:00경까지 복통이 계속되자 외래 진료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 태아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진단상 과실, 진경제 투여 과실, 산모 안전관리소홀 및 지도설명 위반, 간호기록지 변조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전자간증 고위험 산모인 원고 A의 낙상 사고 이후 발생한 복통에 대해 태반조기박리 진단 및 처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는지, 태반조기박리 위험이 있는 산모에게 진경제를 투여한 과실이 있는지, 낙상 주의 교육 및 태반조기박리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간호기록부를 변조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와 원고 B에게 각각 15,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 태반조기박리 진단 및 처치 지연 과실 인정:

   • 원고 A는 전자간증 의심으로 입원한 고위험 산모였고, 낙상 사고 후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전자간증과 복부 외상은 태반조기박리의 주요 위험요인입니다.
   • 원고 A가 2019. 12. 17. 새벽 06:00부터 복통을 호소했고, 07:50경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초음파 검사 등 적극적인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오전 10:00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 의료 전문가로서 태반조기박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진단상 과실이 인정되며, 이러한 과실과 태아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진경제(히스판) 투여 과실 부정:

   • 진료기록 감정 결과, 히스판주사는 임신 중 사용이 가능하며 임산부에 금기된 약물이 아니므로 투약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3. 지도설명의무 위반 부정:

   • 임산부에게 낙상에 주의하도록 교육할 의무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태아 사망이 피고들의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는 설명의무 위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간호기록부 변조 책임 부정:

   • 간호기록부의 일부 가필 또는 수정 사실은 인정되나, 수정 전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사실에 부합하는 한 불완전한 기록을 정정할 수 있으므로 허위 변조 또는 증명방해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5. 손해배상의 범위 (위자료 인정):

   • 태아 사망으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 A와 원고 B에게 각각 15,000,000원을 인정했습니다. 치료비 상당액은 별도의 인과관계가 단정하기 어렵고 위자료 산정 시 고려되었으므로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례에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사고 발생 시 인과관계 입증 책임의 완화, 그리고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된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 의사의 주의의무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3875 판결 등):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진료 환경과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전자간증 위험이 있는 산모의 낙상 후 복통에 대해 태반조기박리 가능성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진단 및 처치를 했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 의료사고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등):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근거한 의료상의 과실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가 의료행위 외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이는 손해배상 제도의 공평하고 타당한 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의료상 과실 입증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법리입니다. 본 사건에서도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그 과실이 없더라도 태아가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증이 없으므로 과실과 태아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 의료법 제22조 제1항 (진료기록부 등의 기록 및 보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합니다. 이 조항은 의료행위의 투명성과 환자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간호기록부 변조 주장이 있었으나, 기록의 가필·정정이 사실에 부합하는 한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변조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고위험 임산부 관리의 중요성: 전자간증이나 고혈압과 같은 고위험 인자를 가진 임산부는 태반조기박리 등 심각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의료기관은 지속적이고 주의 깊은 모니터링을 제공해야 합니다.
• 낙상 등 외상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 임신 중 낙상이나 복부 외상은 태반조기박리의 주요 위험요인입니다. 외상 발생 시 의료진은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필요 시 초음파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신속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 산모의 통증 호소에 대한 적극적 확인: 산모가 복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할 경우, 의료진은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태아심박동 확인, 초음파 검사 등 필요한 진단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 태반조기박리의 진단 어려움과 신속한 처치의 필요성: 태반조기박리는 증상이 다양하고 초음파로도 진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증상이 의심될 경우 신속하게 진단하고 분만 등의 처치를 하는 것이 태아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진은 이를 인지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 진료기록의 정확성 및 수정의 한계: 진료기록은 의료행위의 중요한 증거이며, 사실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불완전한 기록을 가필·정정할 수는 있으나, 그 내용이 허위로 변조되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의료기관은 진료기록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