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인천 학교 증축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인 원고가 피고 인천광역시에 대해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의 사업시행자 지위 확인 청구는 각하하고,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시행협약과 달리 피고가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실시설계도서를 승인했으므로, 이 실시계획 승인처분이 우선한다는 취지입니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은 학교 증축 민간투자사업(BTL)을 추진하며 '지진에 대비하여 관계 법령에 적합한 내진설계 적용'을 요구했습니다. 사업시행자인 원고는 수직증축 시 기존 건물에 내진설계가 미반영된 경우의 처리 방안을 질의했고, 피고는 '구조보강 대책 수립 및 사업시행자 부담'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원고는 기존 건물에 내진설계를 반영하지 않은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했고, 피고는 이를 승인하여 실시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 미반영 문제가 제기되었고, 피고는 원고에게 내진보강공사를 요구하며 과태료 부과 및 시행협약 해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에게 내진보강공사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는지, 그리고 원고에게 이 사건 시행협약 및 관련 법령, 실시계획 승인에 따라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공사 시공 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원고가 내진보강공사 의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사업시행자 지위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해당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내진보강공사 의무 존부에 대해서는, 시행협약에는 '관계 법령에 적합한 내진설계 적용' 의무가 명시되어 있었고, 구 건축법 및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기존 건물 증축 시에도 구조안전 확인 의무가 있어 원고에게 원칙적으로 내진설계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인천광역시가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원고의 실시설계도서를 검토 후 실시계획을 승인한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시행협약은 공법상 계약이지만, 실시계획 승인은 행정청의 설권적 행위이자 행정처분으로서 공정력을 가지므로, 실시계획 승인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되지 않는 한 그 내용이 우선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승인 통보서에 시행협약 준수 문구가 있었으나, 이는 실시계획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처분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실시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하지 않는 한, 실시계획과 배치되는 시행협약의 내용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내진보강공사를 요구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는 해당 시공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법률과 법리가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공법상 당사자소송에서도 '확인의 이익'이 요구되며, 현존하는 법적 불안을 제거하는 데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만 인정됩니다. 둘째, 구 건축법 제48조, 구 건축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및 제2항, 구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구 건축구조설계기준 0306.1.1 등은 건축물 증축 시 기존 건물의 구조안전 확인 의무와 지진하중 규정 적용에 대해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 건축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은 '지진에 대한 안전이 확인된 건축물'이 일정 조건 하에 증축될 때 지진에 대한 안전 확인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나, 이 사건에서는 기존 건물이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구 민간투자법) 및 동법 시행령은 시행협약과 실시계획의 법적 성격을 구분합니다. 시행협약은 사업시행의 조건을 정하는 '계약'인 반면, 실시계획 승인은 주무관청이 민간투자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승인하는 것으로, 이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며, 다른 인·허가 사항까지 의제하는 강력한 공정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시행협약과 실시계획이 상충할 경우, 적법하게 승인된 실시계획의 내용이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공정력'의 원칙과, 처분서의 문언이 명확할 경우 처분 경위나 상대방의 태도를 고려하여 처분 내용을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간투자사업과 같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계약서(시행협약)의 내용과 이후 행정청의 인가 및 승인(실시계획 승인) 내용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때 단순한 계약인 시행협약보다는 행정처분으로서 공정력을 가지는 실시계획 승인의 내용이 우선할 수 있으므로, 최종 승인된 실시계획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건축물의 증축 시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는 건축법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상세히 규정되어 있으며, '지진에 대한 안전이 확인된 건축물'과 같은 예외 조건은 엄격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질의응답이나 협상 내용은 최종 계약 및 인가/승인 서류에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유지하므로, 일단 승인된 계획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