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 중 투여된 프로포폴의 부작용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증세 및 행동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의 동업자 의사 송○○와 남○○가 마취 과정에서의 경과 관찰 소홀 및 프로포폴 투여 관련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공동으로 원고에게 4억 9천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책임은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는 2011년 10월 14일 피고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던 중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자 피고 남○○ 의사가 프로포폴 70mg을 일시 주사하고 지속 주입하며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중 원고의 혈압이 80/40mmHg로 감소하고 심장박동수가 120회/분으로 증가하는 등 이상 소견이 나타나자, 피고 병원은 수액 및 승압제를 투여하고 인공기도삽관을 시도했습니다. 13시 28분경 119구급대에 응급 이송을 의뢰했지만, 13시 30분경 활력징후가 안정되었다는 판단으로 이송 의뢰를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종료 후 15시 30분경 원고의 혈압이 다시 80/42mmHg로 감소하고 130회/분의 빈맥이 발생하여, 15시 50분경 다시 응급 이송을 의뢰하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원고는 인지기능 저하, 퇴행, 무력감, 우울감 등의 정신증세 및 행동장애 증세를 보였습니다.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원고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였는지, 피고 병원이 마취 과정에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는지,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 송○○, 남○○는 공동으로 원고에게 492,364,16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1. 10. 14.부터 2015. 8. 1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피고 송○○, 남○○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류○○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제왕절개 수술 중 프로포폴 과다 투여 및 그 이후 원고의 경과 관찰 소홀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피고 병원이 프로포폴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동업 관계에 있는 피고 송○○, 남○○에게 공동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만, 의료행위의 본질적 위험성과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을 고려하여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피고 류○○에 대해서는 동업 관계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적용되는 주요 법리와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인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진료 당시의 의료 수준과 의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마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 병원이 프로포폴 투여 후 원고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힌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2. 진료기록 작성 의무 (의료법 제22조):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진료기록부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를 제공하고 의료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판례는 마취기록지의 부실 기재가 직접적인 저산소성 뇌손상의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경과 관찰 소홀을 추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3. 설명의무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할 경우,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의료 행위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면 면제될 수 없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프로포폴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의무 위반이 인정되어 원고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가 일부 인정되었습니다.
4. 공동불법행위 및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0조, 제756조): 여러 명이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타인을 사용하여 불법 행위가 발생한 경우, 연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본 판례에서는 병원을 동업으로 운영하는 의사들이 공동으로 의료 행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해 동업자이자 사용자로서의 연대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5.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의료 사고의 경우, 의료 행위의 본질적인 위험성과 예측 불가능한 결과, 그리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따라 의료기관의 책임이 일정 비율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의 책임 비율이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의료 과정에서 마취제 사용 시 환자의 상태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프로포폴과 같이 호흡 억제 등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의 경우,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의료 기록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자료가 되므로, 모든 진료 및 처치 내용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기록이 부실할 경우 의료기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수술, 마취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할 경우, 발생 가능한 주요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특히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반드시 설명해야 합니다. 동업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 한 의사의 의료 과실에 대해 동업자 또한 사용자로서 연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저산소성 뇌손상과 같은 심각한 손상은 초기 영상 검사(MRI, CT)에서 명확히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 위축 등 변화가 관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검사 결과만으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가능성을 섣불리 배제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