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장 질환 수술 후 뇌출혈 발생에 따른 의료 과실 손해배상 사건

선천성 심장 질환(팔로사징증)을 가진 환자 A가 피고 병원에서 좌측 폐동맥 스텐트 삽입술 및 풍선확장술을 받은 후 뇌출혈이 발생하여 영구적 후유증을 입었습니다. 이에 환자 측은 병원 의료진이 헤파린을 과다 투약했고, 수술 중 불안정한 혈압에 대한 조치를 미흡하게 했으며, 뇌출혈 진단 및 처치가 지연되었고, 수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2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헤파린 투여 용량은 적정했고, 수술 중 혈압 변동은 일시적이며 뇌출혈 진단 및 처치 과정도 일반적인 의료 수준에 부합했고, 수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의무 또한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법정대리인 성년후견인 B):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이자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의료법인 C: 원고가 수술받은 E병원을 운영하는 의료 재단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는 선천성 심장 질환인 팔로사징증으로 인해 2002년부터 피고 병원에서 여러 차례 심장 관련 수술 및 시술을 받아왔습니다. 2018년 8월 2일, 좌측 폐동맥 스텐트 삽입술 및 풍선확장술(이 사건 수술)을 위해 입원했고, 다음 날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의식이 명료했으나, 저녁 무렵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어 중환자실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뇌 CT 검사 결과 뇌지주막하출혈이 의심되었고, 약물 치료를 받다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는 인지 기능 저하, 실어증, 사지 부전 마비 등의 영구적 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태에 이르렀고, 피고 병원의 의료 과실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환자 측은 의료진의 다음과 같은 과실을 주장했습니다.

1. 헤파린 과다 투약: 수술 중 헤파린 적정 용량(5,000~10,000 unit)을 초과하는 25,000 unit을 과다 투여하여 뇌출혈을 유발했다는 주장입니다.
2. 혈압 조절 및 뇌출혈 진단·처치 미흡: 수술 중 혈압이 불안정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수술 후 의식 회복 지연에도 뇌 영상 검사를 신속히 하지 않아 뇌출혈 상태를 방치했다는 주장입니다.
3. 설명 의무 위반: 수술 부작용(뇌출혈, 운동 장애, 마비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헤파린 투약 관련: 피고 병원 의료진이 투여한 헤파린 총량(25,000 unit) 중 4,000 unit은 일시 정맥 주사였고, 나머지는 관류용 희석액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환자의 체중과 수술 시간을 고려할 때 4,000 unit은 적정 용량으로 보이며, 진료 기록 방식 상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뿐 과다 투약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수술 후 혈액 응고 검사 결과에서도 응고 지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고, 뇌출혈의 원인이 헤파린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혈압 조절 및 뇌출혈 진단·처치 관련: 수술 중 일시적인 혈압 상승은 통증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 안정화되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산소포화도 저하에 따라 응급 조치 후 뇌 CT 검사를 진행했으며, 이는 일반적인 진료 및 진단 순서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뇌 CT 촬영이 1~2시간 빨랐더라도 치료 내용이 달라지거나 후유증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습니다.
3. 설명 의무 위반 관련: 피고 병원 의료진은 수술 전 환자의 보호자에게 마취 및 수술로 인한 뇌출혈, 혈전, 뇌 손상 등의 신경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으므로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의료 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으로, 피고 병원의 채무 불이행 또는 불법 행위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1. 의료 과실의 증명 책임 및 완화:

• 기본 원칙: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이 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 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 증명 책임의 완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에 따르면, 의료 행위 과정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 책임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 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일반인이 과실과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 한계: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 자체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의료 과정에서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참조).
• 본 사건 적용: 이 사건에서 원고는 헤파린 과다 투약, 혈압 조절 및 진단 처치 미흡 등의 과실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이 적정 용량과 용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진단 및 처치를 지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의료 과실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2. 의사의 주의 의무:

• 내용: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26964 판결).
• 기준: 이러한 주의 의무는 의료 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 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으며, 이는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규범적인 수준을 의미합니다. 진료 환경, 의료 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 진단상 과실: 진단은 치료법 선택의 중요한 출발점이므로, 완전 무결한 진단이 불가능하더라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 지식,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해야 합니다.
• 본 사건 적용: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헤파린 투약, 혈압 조절, 뇌출혈 진단 및 처치 과정이 당시 의료 수준과 일반적인 진료 지침에 부합했다고 판단하여 주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설명 의무:

• 내용: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나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시행할 때, 예상되는 위험성, 부작용, 합병증, 대안적 치료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 또는 보호자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본 사건 적용: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의 어머니에게 수술 및 마취로 인한 뇌출혈, 혈전, 뇌 손상 등 신경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음을 인정하여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 행위 중 부작용이 발생했거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경우,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1. 의무 기록 확보 및 분석: 병원 측의 모든 의무 기록(투약 기록, 간호 기록, 수술 기록, 검사 결과 등)을 상세히 확보해야 합니다. 본 사례와 같이 기록 간에 차이가 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없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의료 행위의 적절성 판단: 해당 의료 행위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투약 용량이나 처치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합니다.
3. 인과 관계 증명: 특정 의료 행위와 발생한 부작용 또는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헤파린 투약과 뇌출혈, 지연된 진단과 악화된 후유증 사이의 인과 관계 증명이 쟁점이었습니다.
4. 설명 의무 이행 여부: 수술이나 시술 전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해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동의서 내용, 설명 시점, 설명 방식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5. 전문가 감정 활용: 의료 과실 여부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독립적인 의료 기관이나 학회 등에 진료 기록 감정을 의뢰하여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에서도 진료 기록 감정 촉탁 결과가 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