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 사기
피고인 A는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서류 배달 및 현금 수거 업무에 채용되었다고 믿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여러 피해자들로부터 총 9,940만 원을 수거하고,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환임을 인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2년 7월경 인터넷 구직사이트에서 서류 배달 업무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채용되었습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았고,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로부터 700만 원, 1,500만 원 등 총 9,940만 원의 현금을 직접 수거했습니다. 또한,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변제증명서' 등의 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며 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비대면 채용 과정, 노상 현금 수거, 분산 입금 방식, 현금지급기의 보이스피싱 경고 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의 업무가 불법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문서를 위조 및 행사했는지, 즉 자신의 업무가 불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는 사기, 사기미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배상신청인들의 배상명령신청은 각하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요지가 공시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가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환이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돈을 편취하고 문서를 위조·행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사회 경험 부족, 비대면 채용 과정의 특수성, 비교적 정상적인 급여 수준, 조직원들의 치밀한 기만 행위, 그리고 피고인이 범행 후에도 자신이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믿었다는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모공동정범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유죄가 아니므로 배상명령신청도 각하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공모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위해 하나의 의사를 가지고 서로의 행위를 이용하여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공모'는 비록 전체적인 모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며,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통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으로서 범죄에 가담했다는 '범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무죄 판결 시에는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배상신청인들의 배상명령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각하되었습니다.
온라인 구직 시에는 회사의 실체, 사무실 유무, 면접 과정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비대면 채용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현금을 직접 수거하여 여러 계좌로 분산 입금하는 등의 업무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불법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급여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업무 내용이 일반적인 직장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보이스피싱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해당 내용을 신고하여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범죄 조직은 일반인들이 쉽게 속도록 치밀하게 계획하므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행동을 멈추고 경찰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