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수치지도 제작 및 기술용역업체인 원고가 피고 소유 임야의 개간사업 기술용역을 수행한 후 잔여 용역대금과 변경설계비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피고는 원고가 준공허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진입도로 설계에 과실이 있어 손해가 발생했다며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손해배상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잔여 용역대금 및 변경설계비 청구를 인정하고, 피고의 손해배상 반소청구에 대해서는 원고의 설계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소와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5년 피고와 울산 임야 개간사업 기술용역 계약을 맺고 시행계획 승인 및 변경승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변경승인 과정에서 울주군청 담당자가 맹지 가능성을 언급하여 2차 교량을 추가 설치하는 내용으로 설계가 변경되었고, 피고는 이에 대한 설계변경비 25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원고는 용역 완료 후 미지급 용역대금 975만 원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원고가 준공허가 업무를 완료하지 않았고, 1차 교량 설계상 과실로 인해 2차 교량 설치 비용 3,150만 원과 건물 건폐율 문제로 인한 철거 및 복원 공사비 2,736만 9,470원 등 총 5,886만 9,470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손해배상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미지급 용역대금 535만 원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와,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설계상 과실(진입도로 설계 문제, 맹지 가능성, 건폐율 문제)로 인한 5,886만 9,470원의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과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용역대금 535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청구는 원고의 설계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의 항소와 당심에서 제기한 반소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항소비용과 반소로 인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용역대금 청구를 인정하고, 피고가 주장한 손해배상 반소 청구는 원고에게 설계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함으로써, 개간사업 용역 계약의 범위와 설계자의 과실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다루어졌습니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준공허가 업무를 이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준공허가 업무가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는 원고의 진입도로 설계상 과실을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1차 교량 설계가 관련 당사자들의 오랜 기간 협의와 검토를 거쳐 이루어졌고 관련 법령 위반이 없으며, 맹지 문제는 사후 토지 효용가치를 고려한 공무원의 의견 제시일 뿐 원고의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용역 계약의 범위는 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되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업체에 이행 의무가 없으므로 명확한 계약서 작성이 중요합니다. 또한 설계자는 위임 계약의 내용과 목적, 사회 통념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하지만, 설계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미래의 상황이나 법규 위반이 아닌 단순한 효용성 증대 권고 등을 이유로 설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기술용역 계약 시에는 '준공허가 업무'와 같은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각 단계별 대금 지급 조건을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계 변경이 필요한 경우 변경의 필요성, 추가 비용, 변경된 내용 등을 서면으로 명확히 합의하고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개간사업과 같이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은 관련 법규 및 관할 관청의 의견을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 시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진입도로와 같이 중요한 부분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계약 목적 달성 이후 발생한, 당시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예를 들어 몇 년 후 다른 건축사업과의 연계 문제)으로 인한 손해는 설계 업체의 과실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지 분할이나 건축 계획 시에는 해당 토지에 적용되는 건폐율, 용적률 등 건축 관련 법규를 미리 철저히 확인하여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