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목적으로 체크카드 보냈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죄

대출을 받기 위해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체크카드 2장과 비밀번호를 전달한 피고인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접근매체 대여)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카드를 빌려준 것이 '관리·감독 없이' 타인이 사용하도록 허용한 '대여'로 볼 수 없고, 대출 기회가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 2장과 비밀번호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당사자입니다.
• 성명불상자: V저축은행 직원 등을 사칭하여 피고인에게 대출을 미끼로 체크카드를 요구한 사람입니다.
• 검사: 피고인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측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은 평소 일을 쉬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성명불상자로부터 '거래내역 실적을 만들어 대출한도를 높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화 과정에서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이 '민생경제회복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2,000만 원 이상의 잔고 증명과 입금액 회수를 위해 피고인 명의 체크카드 2장과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믿고 자신의 주거지에 체크카드를 놓아두어 퀵서비스 기사가 가져가게 하고, 비밀번호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주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대가'를 약속받고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이라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으려 체크카드를 전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대가'를 약속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대여'의 정의와 '대가'의 범위, 그리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접근매체의 대여'는 다른 사람이 '관리·감독 없이'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성명불상자가 '거래실적'이 아닌 '예적금담보대출의 잔고 증명'을 위해 카드를 요청한 것으로 이해했고, 잔고 입출금 및 회수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할 의사로 카드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접근매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기하거나 불특정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대가'는 접근매체 대여에 직접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의미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객관적으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단순히 대출을 받는 기회 자체를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V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자의 말을 믿고 대출 절차의 일환으로 카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며,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대출을 대가로 약속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그러한 인식을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가 받아들여져 1심의 유죄 판결은 파기되었고, 피고인에게는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이 판결의 요지가 공시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이 법률은 누구든지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면서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체크카드, 통장, 비밀번호 등)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규정입니다.
•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한 법리: 법원은 '접근매체의 대여'를 단순히 빌려주는 것을 넘어,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그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핵심은 명의자가 관리·감독 권한을 포기하거나 방기하여 타인이 임의로 사용하도록 했는지 여부입니다. 명의자가 인식한 범위 내에서 제한된 용도로 사용을 위임한 경우에는 대여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대가'에 대한 법리: 여기서 '대가'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나 대출금 자체를 무조건적인 대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출이 곤란한 상황에서 접근매체 제공을 조건으로 특별히 대출을 받게 되는 경우 등, 대여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볼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사람이 이러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 원칙: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만약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확신에 이르기 어렵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대출 명목으로 통장, 카드 요구는 보이스피싱 의심: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출을 빌미로 고객의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거래실적 향상', '잔고 증명', '한도 상향' 등을 이유로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범죄의 수단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 접근매체는 타인에게 절대 양도 또는 대여 금지: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통장, 체크카드, OTP 등을 넘겨주는 행위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으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리·감독 없이' 사용될 가능성 주의: 이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체크카드를 보낸 목적이 '잔고 증명'으로 제한적이었고, '관리·감독 없이' 타인이 임의로 사용하도록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순간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접근매체는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대출이 '대가'가 아닐 수 있음: 단순히 대출을 받는 기회 그 자체가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대가'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추가 대출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거나, 대출 자체에 대한 정상적인 이자 지급 외에 다른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대가'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합리적인 의심 없는 증명 필요: 형사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위해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무죄는 검찰의 증명이 부족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자신이 접근매체를 제공한 정확한 경위와 의도를 명확히 소명할 수 있는 자료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