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하여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위조된 공문서를 이용해 피해자 4명으로부터 총 4,199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유죄는 인정되면서도 미필적 고의의 약한 정도와 초범이라는 점 등이 참작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위조된 서류를 전달받아, 자신을 다른 금융기관 직원으로 소개하며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했습니다. 수거한 현금은 타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ATM에서 100만 원씩 분할 송금하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과정이 정상적인 회사 업무라고 주장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매번 다른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도록 지시한 점, 매번 다른 장소에서 현금을 건네받은 점, 업무 난이도에 비해 고액의 보수를 받은 점, 그리고 피해자가 직접 '보이스피싱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인터넷으로 'Q'라는 내용을 검색하는 등 자신의 업무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수입 유지를 위해 업무를 계속하여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임을 알고 가담했는지 여부(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와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8월 형량이 적정한지 여부였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되, 이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알지는 못했더라도, 업무의 특성상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가담하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사기 및 공문서 위조·행사 혐의에 대한 유죄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고의가 미필적 고의 중에서도 약한 정도였고,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의 전체 내용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일부 실행행위만 담당했으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그리고 이 사건으로 2개월 이상 구금되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하여 원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형을 감경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양한 형법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려 한 행위에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는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이 적용됩니다. 또한,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서류를 위조하고 이를 사용하여 현금을 수거한 행위에는 공무원이 작성하는 공문서 등을 위조하는 형법 제225조(공문서위조)와 위조된 공문서를 실제처럼 사용하는 형법 제229조(위조공문서행사)가 적용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 경우, 각자가 범죄의 일부만 담당했더라도 공동으로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보아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따라 처벌됩니다.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는 형법 제37조(경합범) 규정도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경우처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때 범죄의 동기, 수단, 결과, 정황 등을 참작하여 일정한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형법 제62조 제1항(집행유예) 규정이 적용되어, 초범이라는 점과 고의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 등이 유리하게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고액의 보수를 미끼로 현금 수거, 송금 등 비정상적인 업무를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정식 채용 절차 없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제안은 경계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와 관련될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인하고 계속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관련 내용을 가족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경우, 초범이거나 범죄 가담 정도가 약하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심각성에 따라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게 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