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 A은 무릎 수술을 받던 중 전신마취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과 그의 아들 원고 B는 수술을 진행한 의료법인 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마취 방법 선택 및 전원 조치 지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전신마취 과정 중 기도 평가 및 기관삽관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원고 A에게 5억 5천만원 이상, 원고 B에게 5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은 2017년 4월 다리를 다쳐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 방문했고, 우측 무릎 연골판 손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2017년 7월 4일 무릎 수술(관절경적 우측 슬관절 등)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삽관 과정에서 청색증과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 후 자발호흡은 회복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중증의 운동실조증, 근력 저하, 인지장애 등으로 자가 보행이 불가능하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과 그의 아들 원고 B는 의료진의 의료 과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료진이 전신마취 방법을 선택한 것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 둘째, 전신마취 중 기관삽관 과정과 마취 관리에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셋째, 응급 상황 발생 후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가 지연된 과실이 있는지 여부. 넷째, 의료진이 전신마취의 위험성 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 다섯째, 위와 같은 의료 과실이 인정될 경우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이 전신마취 과정에서 기관삽관 등 의료진의 과실로 심정지가 발생하고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된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 의료법인 C는 원고 A에게 553,112,951원, 원고 B에게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마취 방법 선택상의 과실 (인정하지 않음): 법원은 마취 방법의 선택은 의료진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며, 원고 A이 특별히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전신마취를 선택한 것이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관삽관 및 마취상의 과실 (인정): 법원은 원고 A에게 현 상태에 이를 만한 기왕증이 없었고, 무릎 수술과 무관하게 마취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점, 마취 전 기도 및 치아 상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치아 손상이 발견된 점, 튜브 교체 상황 등을 종합할 때 의료진이 전신마취 전 기도 평가 등 사전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부적절하게 기관삽관을 시도하여 심정지를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이러한 추정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전원 조치 지연 과실 (인정하지 않음):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보호자들과 여러 차례 면담하여 3차 병원 전원을 권유했고, 보호자들이 배우자 도착 후 전원을 결정하겠다고 답했으며, 최종적으로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상급 병원으로 전원 조치한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전원 조치에 지연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인정하지 않음): 법원은 의료진이 원고 A에게 '수술(검사, 마취)동의서'를 받으면서 전신마취의 합병증 등을 포함한 수술 전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액 및 책임 제한: 법원은 원고 A의 일실수입 201,871,787원, 개호비 82,373,819원, 기왕치료비 227,455,101원, 향후치료비 7,219,619원, 보조구 4,192,625원, 위자료 30,000,000원을 인정하고, 원고 B의 위자료 5,000,000원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무릎 수술이나 전신마취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환자의 손해 발생이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C는 D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진의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기준은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참조).
의료행위 선택의 재량: 의사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조치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해당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 중 하나만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마취 방법 선택에 대한 과실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근거가 되었습니다.
의료 과실 입증책임의 완화: 환자가 전신마취 및 수술 도중 심정지 발생으로 뇌손상 등 심각한 증세에 이른 경우,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않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여 병원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41079 판결 참조).
개호비 산정: 피해자가 사고로 개호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 현실로 지출 여부와 관계없이 개호비 상당액의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가해자에게 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며, 개호인 비용은 개호가 필요한 기간의 전 일수에 해당하는 노임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대법원 1988. 1. 19. 선고 86다카2626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 책임 제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손해가 의료행위의 과오와 피해자 측 요인(체질적 소인, 질병 위험도 등)이 경합하여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면 과실상계 법리를 유추 적용하여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의료행위와 무관한 중대한 피해 발생 시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5397 판결 참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 이율):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법에 따른 연 12%의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