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H씨G공파R종중의 종원들이 2019년 정기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결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H씨G공파R종중이 고유 의미의 종중이 아닌 '종중 유사단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종중의 적법한 대표자는 F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전 이사장 E과 종중에 대한 일부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결의는 이사회 사전 상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정확한 찬반 의사 확인 없이 구두로 가결 선포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H씨G공파R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들로 구성된 단체로, 하위 종중인 K공파와 M공파가 윤번제로 이사장 및 총무이사를 맡는 규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11일 정기총회에서 K공파 소속의 차기 이사장 후보 N에 대한 인준이 부결되자, 임시의장이 후임 이사장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 이사장인 M공파 소속 피고3 E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P을 총무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구두로 가결 선포했습니다. 이후 2021년 정기총회에서는 E 측과 F(K공파 이사장) 측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E이 폐회를 선언한 후 F이 회의를 속행하여 N을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결의를 통과시켰으나, F은 이 과정에서 업무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N는 이사장 활동을 하지 못하고 사퇴했습니다. 2022년 정기총회에서는 F이 이사장으로 인준되었으나, 일부 종원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 후손들은 총회 참석이 제지되었고 이들은 E의 주재로 별도의 총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종중 내부의 갈등 상황에서 원고들은 2019년 12월 11일자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진 N 이사장 인준 부결 결의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3 E이 종중의 이사장 또는 비상대책위원장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H씨G공파R종중이 공동선조의 후손 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고유 의미의 종중'인지 아니면 특정 조건의 후손들로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인지의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종중의 적법한 대표자가 누구인지, 즉 F과 E 중 누가 종중을 대표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셋째, 2019년 12월 11일 정기총회에서 차기 이사장 인준이 부결된 후 전 이사장 E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한 결의가 종중 규약과 관련 법리에 따라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들이 제기한 각 청구에 대해 법률상 '확인의 이익'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H씨G공파R종중의 설립 배경과 규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이 단체가 공동선조의 모든 후손을 대상으로 하는 '고유 의미의 종중'이 아닌 특정 항렬 및 지역 거주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인위적인 조직 행위를 통해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종중 유사단체의 법리를 적용하여 2022년도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F을 적법한 대표자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들의 일부 청구에 대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1(전 이사장 E 대표의 종중)에 대한 청구는 현 이사장 F이 대표하는 종중에 대한 청구로 충분하며, 피고3 E 개인에 대한 지위 확인 청구는 종중이라는 단체 전체의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사장이 인준 부결된 결의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 역시, 부결 결의가 무효가 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가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2019년 12월 11일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결의에 대해서는, 종중 규약상 총회 안건은 이사회의 상정 안건에 한정되는데 해당 안건이 이사회에서 상정되지 않았고, 총회 의결 시 참석 종원 과반수 찬성 여부가 구두로만 확인되어 불분명한 점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결의는 규약에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기관을 설치한 것이며, 임기 만료된 이사장의 보충적인 직무수행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종중의 법적 성격 및 구성원: 고유 의미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 발생적인 관습상 종족 집단체로, 공동선조의 후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구성원(종원)이 됩니다. 따라서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 종원을 임의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활동한다면, 이는 본래 의미의 종중이 아닌 '종중 유사단체'로 봅니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34330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종중이 1765년경 특정 항렬의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대종계'를 결성한 데서 유래했고, 규약에 종원 자격 제한 및 하위 종중 간 이사장 윤번제 규정 등이 있는 점을 들어 '종중 유사단체'로 판단했습니다.
종중 유사단체에 대한 법리 적용: 종중에 관한 법리는 그 성질이나 규약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중 유사단체에 관한 법률관계에도 적용됩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98843 판결 등). 따라서 피고 종중이 종중 유사단체이므로 종원 자격이 없는 일부 후손을 배제한 2022년도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F을 적법한 대표자로 보았습니다.
총회 결의의 유효 요건: 종중 규약에 '총회 안건은 이사회의 상정 안건에 한한다'(규약 제15조 제2항)고 명시되어 있을 경우, 이사회 사전 상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안건에 대한 총회 결의는 절차상 하자가 있습니다. 또한 '총회는 참석회원 1/2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의결한다'(규약 제15조 제1항)는 규정이 있다면, 실제로 과반수 찬성이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구두 가결 선포는 결의의 중대한 하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결의는 이사회 상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찬반 의사 확인도 불분명하여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임기 만료 이사장의 직무수행권: 적법한 후임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임기 만료된 이사장에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될 수 있지만, 이는 단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보충적'인 성격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규약에 없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확인의 이익: 소송상 '확인의 이익'이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이러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됩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5다65042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피고 종중 대표자 지위 분쟁 해결을 위해 F을 대표자로 하는 종중에 대한 소로 충분하므로, 전 이사장 E을 대표자로 하는 피고1 종중에 대한 중복된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표자 개인(피고3 E)에 대한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는 단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효한 방법이 아니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사장의 인준 '부결' 결의의 무효 확인 청구는 부결이 무효가 된다고 해서 가결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역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종중이나 유사 단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규약에 명시된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총회 안건을 이사회에서 미리 상정하도록 되어 있다면 그 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며, 찬반 의사 확인 및 의결은 규약에서 정한 방식(예: 서면 투표, 명확한 거수 확인 등)에 따라 명확하게 진행하여야 합니다. 구두로만 찬반을 확인하고 가결을 선포하는 방식은 나중에 결의의 유효성을 다툴 수 있는 중대한 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임기 만료된 대표자가 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이는 보충적인 역할에 불과하며, 규약에 없는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거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어떤 당사자를 상대로, 어떤 내용을 청구할 것인지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확인의 이익'과 같은 소송 요건을 충족하는지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개인을 상대로 한 지위 확인 소송만으로는 단체 전체의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종중의 법적 성격(고유 의미의 종중인지, 종중 유사단체인지)에 따라 종원 자격이나 총회 운영 방식에 대한 법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신이 속한 단체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