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산모가 분만 후 사망한 것에 대해 유가족들이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산모는 2018년 4월 6일 피고 병원에서 출산한 후 간수치 상승 및 발열 증세로 상급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으나, 산후 문맥혈전증으로 인한 비장파열로 2018년 4월 12일 사망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의사가 산모의 고위험성 질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상급병원 이송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피고 의사의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고, 다른 피고들도 병원 운영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망인 H은 2018년 4월 6일 09시 30분경 평소 진료를 받던 산부인과에서 진통을 느껴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10시 29분경 자녀 D을 분만했습니다. 다음 날인 4월 7일 14시 59분경 망인에게 간수치 상승과 발열 증세가 나타나 피고 E 의사의 진료의뢰에 따라 K병원에 내원하여 입원 후 검사 및 치료를 받았습니다. 증상이 악화되자 망인은 4월 10일 11시 59분경 L병원에 입원하였고, 비장경색, 비장파열, 문맥혈전증, 산후 파종성 혈관 내 응고 진단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응급 비장절제술을 받았으나, 4월 12일 16시 02분경 산후 문맥혈전증으로 인한 비장파열로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망인의 남편과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의사 E가 과거 망인의 임신성 고혈압 등 고위험 증세를 알고 있었음에도 상급병원 이송을 지연하고 간수치 상승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등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금 5천만 원(일부 청구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E 의사가 망인의 분만 및 산후 진료 과정에서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와, 피고 F, G이 병원 운영자로서 또는 피고 E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 특히 의료감정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피고 E 의사가 망인의 분만 및 산후 진료 과정에서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간수치 상승만으로 문맥혈전증을 예견하기 어려웠고, 당시 상급병원으로의 이송도 어려웠다는 점, 그리고 진료 과정에서 특별한 잘못이 없었다는 전문가 소견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또한 피고 F, G이 병원의 운영자이거나 피고 E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증거도 없었기에,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의료진에게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당시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수준, 그리고 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또는 의료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첫째, 분만 시 간수치 상승은 흔하며 간수치 상승이 반드시 문맥혈전증을 의심할 만한 증후는 아니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 E 의사의 진료의뢰로 상급병원에서 복부초음파 검사가 시행되었으나 문맥혈전증을 의심할 만한 명확한 소견이 없었습니다. 셋째, 망인이 피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 동안 문맥혈전증 발생을 의심할 만한 증후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넷째, 문맥혈전증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증후나 검사 방법이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이 고위험 산모로 판단되지 않았고, 분만이 임박한 상황에서 즉시 분만 조치를 한 것은 적절했으며, 이후 치료 과정에도 잘못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간수치 상승이 반드시 간기능 저하나 혈액응고인자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간기능 저하시 출혈성 경향이 유발되어 혈전 발생이 어려워진다는 의학적 반박도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근거가 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피고 F, G이 피고 E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이들에 대한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경우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전문가의 감정 결과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이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따라 최선을 다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정 증상(예: 간수치 상승)이 반드시 심각한 질병(예: 문맥혈전증)으로 이어진다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예측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증상이 일반적으로 심각한 질병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당시 진료 지침이나 의학적 견해는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병원의 운영 책임이나 의료진과의 고용 관계는 관련 서류나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