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 A는 사망한 자신의 부모인 망인 C의 의료기록에 조현병 진단이 잘못 기재되었다며, 피고 의사 B과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을 상대로 해당 진단 기록의 삭제와 함께 허위 진단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망인 C는 2017년 5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 치료 중 사망했으며, 당시 주치의였던 피고 B은 망인의 소견서와 진단서에 조현병 진단을 포함시켰습니다.
망인 C는 2017년 5월 2일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17년 5월 19일 사망했습니다. 원고 A는 망인 C의 자녀입니다.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은 해당 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며, 피고 B은 망인 C의 주치의였습니다. 피고 B은 망인 C의 소견서(2017년 6월 16일 발급)와 진단서(2017년 6월 23일 발급)에 'Schizophrenia(조현병)' 진단을 포함시켰습니다. 원고는 망인이 사망 전에 조현병 증세를 보인 적이 없고 의무기록상 진단 요건도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피고 B이 허위로 진단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기록의 삭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원고가 의료법 제17조 제3항에 근거하여 사망한 망인의 진단서 및 소견서에 기재된 'Schizophrenia(조현병)' 진단명의 삭제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의사 B이 망인에게 조현병 증상이 없었음에도 허위로 진단하여 진단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손해를 입어 위자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망인 C의 진단서와 소견서에 기재된 조현병 진단명('Schizophrenia{F20.9}', 'r/o Schizophrenia')의 삭제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원고가 피고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1,000만 원 및 지연 이자 청구는 피고 의사 B이 허위 진단을 내렸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의료법 제17조 제3항이 의사에게 진단서 발급 의무를 부과하는 공법상의 규정일 뿐, 진단서 내용의 삭제를 청구할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진단서나 소견서 내용의 변경 또는 삭제를 구하는 것은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권리관계 주장이 아니므로, 법률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허위 진단서 작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병원 진료 기록 감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고 의사 B이 망인에게 조현병 진단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법 제17조 제3항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의사가 진단서 등을 발급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서, 의사가 위 규정에 위반하여 진단서 등의 발급을 거부한 때에는 의료법에 따른 처벌 또는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규정만으로 곧바로 이해관계인이 의사에게 진단서 또는 소견서 내용의 삭제를 청구할 사법상의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소송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란 법원이 재판을 통해 구제해 줄 필요성이 있는 법률적 이익을 의미하는데, 법원은 단순히 진단서나 소견서에 기재된 병명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어떤 권리관계의 주장에 관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법률상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법률적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며,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정정은 법원의 역할이 아니라는 원칙과 관련됩니다.
의료기록의 내용에 이의가 있거나 정정을 원할 경우, 단순히 병명 삭제와 같은 사실관계의 변경을 민사 소송으로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종류의 청구를 법률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상 의사의 진단서 발급 의무는 공법적 성격이 강하며, 이를 근거로 직접 진단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의사의 진단이 명백히 허위이거나 의료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려면, 의사가 진단을 내릴 당시의 의무기록과 진료 경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해당 진단이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의료인의 주의의무를 위반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이 허위 진단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망인의 의료 기록 정정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한다면, 진단이 내려진 경위, 관련 의무기록, 해당 진단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고 분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