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이동전화 이용자가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사실을 확인하고 통신사에 통신자료제공요청서의 공개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전체가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 중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부분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된 현황에 해당하므로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 자신의 통신자료 처리 현황을 확인할 권리가 일부 인정되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와 이동전화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2016년 3월 25일 피고에게 자신의 통신자료제공내역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피고는 2016년 3월 28일 원고에게 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총 2건의 통신자료가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회신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가 기재된 서면)를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계약상 부수의무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동전화 이용자가 통신사에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내역의 상세 정보, 즉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전체 또는 일부의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해당 요청서가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또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하는지, 혹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 의무가 발생하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가 원고 A에게 '요청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중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1/5, 피고가 4/5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했을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해당 자료 제공의 구체적인 이유와 범위 등을 확인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비록 요청서 전체가 아닌 핵심적인 부분에 한정되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으로 보았습니다. 이 권리는 자신의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법률상 구체화된 것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1호: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진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이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직접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6호의 '개인정보' 정의(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요청서가 당시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개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작성된 서류이며, 그 자체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2호: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대해 열람이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중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부분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5항 등에 따라 통신사업자가 작성하는 통신자료제공대장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어야 하며, 정보통신망법 제24조의2(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 및 제30조의2(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주기적 통지) 규정의 취지를 종합할 때, 이용자가 개인정보가 제공된 목적과 이유를 알아야 자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4조 제1호: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추상적인 권리 선언으로 해석했으며, 다른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조항만으로는 피고의 공개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제4항: 수사기관 등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인적사항 등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통신사에 해당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중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부분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해당하여 통신사업자의 공개 의무가 인정됩니다. 다만 통신자료제공요청서 전체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부분(예: 결재권자의 직급 및 성명 등)에 대해서는 공개가 제한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와 같은 추상적인 권리 선언만으로는 직접적인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