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 A 주식회사는 공동수급체 대표사인 피고 B 주식회사가 공사 운영 과정에서 하도급 계약을 부당하게 체결하고 공사 대금을 과다하게 지출하여 공동수급체 또는 원고에게 14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조합관계 종료에 따른 잔여재산 분배를, 예비적으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공동수급체의 잔무가 남아있고 잔여재산 내역 확정이 어렵다고 보았으며, 피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거나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A 주식회사, B 주식회사(대표사), D 주식회사가 공동으로 대규모 준설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공동수급체(민법상 조합)를 구성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공사 과정 중 원고 A 주식회사는 대표사인 피고 B 주식회사가 직영 공사 물량을 중복 계산하거나, C 주식회사 및 P 주식회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허위 물량을 포함하고 단가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간접공사비를 실행예산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지출하는 등 공동수급체의 운영협약 및 업무집행조합원의 의무를 위반하여 공동수급체 또는 원고에게 총 1,423,540,316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건설 공동수급체 운영 과정에서 대표사의 자금 집행 및 하도급 계약 체결이 적절했는지, 공동수급체 관계가 종료되어 잔여재산 분배 청구가 가능한지, 대표사의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 손해배상의 주체가 공동수급체인지 또는 개별 조합원(원고) 개인인지 여부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주위적 청구(조합재산 잔여재산 분배)와 예비적 청구(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위적 청구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 하자보수 의무 등 잔무가 남아있고, 전체 잔여재산 내역과 각 조합원의 잔여재산 보유 내역이 정확하게 확정되지 않아 간이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설령 피고의 업무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로 인해 손해를 입는 주체는 공동수급체이지 원고 개인이 아니며, 나아가 피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거나 그로 인해 공동수급체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하도급 계약 체결 절차, 허위 물량/단가 산정, 간접공사비 과다 지출 등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들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의 행위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거나 손해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공동수급체 대표사를 상대로 한 14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항소 및 추가 청구 또한 기각되어 원고가 항소 이후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격을 가집니다.
민법상 조합의 특성과 청산 (민법 제707조, 제681조 및 관련 판례):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으로 보며, 조합 관계가 종료되면 일반적으로 청산 절차를 밟아 잔여재산을 분배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합의 잔무(남은 업무)가 없고, 오직 잔여재산 분배만이 남았을 때, 그리고 전체 잔여재산의 내역과 각 조합원의 잔여재산 보유 내역이 정확하게 확정될 수 있다면, 별도의 복잡한 청산 절차 없이 간이한 방법으로 잔여재산 분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다48370, 2019다205206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하자보수와 같은 잔무가 남아있을 여지가 있고, 조합원의 잔여재산 보유 내역 등이 확정되지 않아 간이 청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업무집행조합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민법 제707조, 제681조 및 관련 판례): 공동수급체의 대표사인 구성원은 다른 조합원에 대한 관계에서 위임계약의 수임인 지위에 있으며,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사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이는 '수단채무'로서, 특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결과채무'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사업에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주의의무 위반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업무집행조합원이 통상의 합리적인 판단을 벗어났거나 신의성실에 어긋나게 업무를 수행했음을 원고가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5다31194, 2011다17304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 주체 (관련 판례): 업무집행조합원이 의무를 위반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손해는 동업자금을 상실한 조합, 즉 공동수급체 전체에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로 인해 개별 조합원에게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이는 조합원으로서 입은 손해에 지나지 않으므로, 조합 관계를 벗어난 개인의 지위에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98다60484 판결 등 참조).
하도급 관련 법령 (하도급법 제4조 제1항, 제16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6조, 시행령 제32조 제1항):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주로 하수급인(하도급을 받은 업체)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원도급금액을 초과하여 하도급금액을 정하고 지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취지는 아니며 (대법원 2007다74344 판결 참조),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발주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더라도 그 하도급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적절한 절차와 통보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동수급체와 같은 공동사업을 진행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초기 명확한 운영 협약 수립: 조합원의 권리, 의무, 업무 분담, 자금 집행 및 정산 절차, 하도급 계약 승인 절차, 분쟁 해결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대표사의 권한과 의무의 범위,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다른 구성원들의 참여 및 승인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사업 및 재정 상황 점검: 공동사업 진행 중에는 대표사의 보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공사 진행 현황, 원가 집행 내역, 하도급 계약 현황 등 재정 및 사업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 계약 및 변경 계약의 투명성 확보: 하도급 계약 체결 시에는 운영 협약에 따른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계약 내용(물량, 단가 등)이 적정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변경 계약이 발생할 경우에도 동일한 절차를 따르고, 그 사유와 내용이 타당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문서화와 증거 확보: 모든 중요한 의사 결정, 회의 내용, 계약서, 공문, 재정 보고서 등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고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분쟁 발생 시 주장 사실을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공동수급체 해산 및 청산 절차 이해: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의 성격을 가지므로, 사업 종료 시 잔무 처리와 잔여재산 분배 등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잔무가 남아있거나 재산 내역이 불분명할 경우, 청산 절차 없이 곧바로 잔여재산 분배를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청산 가능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주체에 대한 이해: 공동수급체 대표사의 업무집행상 위법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손해는 원칙적으로 공동수급체 전체에 발생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따라서 개별 조합원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