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개발허가에 새로운 경사도 규정을 적용해서 반려한 처분 취소 판결

주식회사 A는 2013년 최초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토지의 고지대 부분에 대해 2021년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종로구청장은 2017년 개정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의 평균경사도 18도 미만 기준을 적용하여 반려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주식회사 A의 변경허가 신청이 2017년 이전에 신청된 최초 허가의 조건을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경사도 규정이 아닌 기존 규정(평균경사도 21도 미만)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종로구청장이 새로운 경사도 규정을 적용하여 변경허가를 반려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서울 종로구 D 임야의 소유자이자 최초 개발행위 허가의 수허가자 명의를 이전받아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한 회사입니다.
• 종로구청장 (피고): 주식회사 A의 개발행위변경허가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내린 행정청입니다.
• B과 C: 서울 종로구 D 임야에 대한 최초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신청한 사람들입니다.
• E, F, G, H (E 등): D 임야 중 저지대 토지의 소유자들로, 주식회사 A와 함께 제2차 변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분쟁 상황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D 임야에 대한 토지형질변경 허가 신청이 있었고 2013년 2월 13일 허가가 나왔습니다. 이후 원고 주식회사 A가 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2013년 6월 28일 허가 명의도 원고로 변경되었습니다. 2014년 5월 1일 원고는 기존 오솔길 보존 및 도로 신설 등을 이유로 제1차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하여 2015년 2월 3일 '표고 75m 이내 개발'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D 임야는 고지대 토지(표고 75m 초과)와 저지대 토지(표고 75m 이하)로 분필되었고, 저지대 토지에 대한 개발은 2019년 11월 1일경 완료되었습니다. 원고는 2018년 12월 4일 고지대 토지를 포함한 제2차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종로구청장은 '표고 75m 이내 개발 조건에 반한다'는 이유로 2018년 12월 10일 이를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2021년 4월 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년 8월 5일 미개발 상태의 고지대 토지에 대해 다시 제3차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종로구청장은 2017년 3월 23일 개정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에서 정한 평균경사도 18도 미만 요건에 고지대 토지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1년 11월 26일 반려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2017년 개정된 도시계획조례의 강화된 경사도 기준(평균경사도 18도 미만)이 2011년 최초 허가 신청된 토지에 대한 후속 개발행위변경허가 신청에도 적용되는지, 아니면 최초 허가 신청 당시의 완화된 기준(평균경사도 21도 미만)이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는 변경허가 신청을 기존 허가의 변경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새로운 개발행위허가 신청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원의 판단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반려처분 무효확인)는 기각합니다.
2. 피고가 2021년 11월 26일 원고에게 내린 개발행위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합니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제2차 및 제3차 개발행위변경허가 신청이 최초 허가를 대체하는 별개의 새로운 개발행위허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허가에 부가된 기존 허가조건의 변경을 구하는 신청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최초 허가서 내용, 소위원회 심의 내용, 피고의 후속 처분(준공기한 연장, 건축연면적 변경 허가), 그리고 원고의 신청서 표제 및 기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고지대 토지는 2017년 1월 1일 이전에 개발행위허가가 신청된 토지에 해당하므로, 2017년 개정된 조례가 아닌 종전의 경사도 규정(21도 미만)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종로구청장이 새로운 경사도 규정(18도 미만)을 적용하여 변경허가를 반려한 것은 위법합니다. 다만, 이러한 법령 적용의 잘못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처분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려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제24조 [별표1] 및 부칙 제2조: 이 조례는 개발행위허가의 경사도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2017년 3월 23일 개정되어 '평균경사도가 18도 미만'이라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칙 제2조는 이 강화된 기준을 '2017년 1월 1일 이후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토지'에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허가의 변경 신청이 '새로운' 허가 신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2. 행정행위의 의미 해석 법리: 법원은 행정청이 내린 행정행위나 그 전제가 된 신청의 의미를 해석할 때, 단순히 문언에만 얽매이지 않고 행정행위의 목적, 행정행위를 하게 된 경위,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두11172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법리에 따라 제2차 및 제3차 변경허가신청이 최초 허가의 조건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3. 개발행위변경허가 신청의 성격: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제2차 및 제3차 변경허가 신청을 최초 허가에 부가된 기존 허가조건의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최초 허가가 D 임야 전체를 대상으로 했고, '표고 75m 이내 개발' 조건 역시 고지대 개발을 완전히 불허한 것이 아닌 일시적 조건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고가 이전에 고지대 토지를 포함하여 준공기한 연장 및 건축연면적 변경 허가를 해준 전례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습니다.
4. 행정처분 위법성의 정도 (무효와 취소의 구분)​: 행정처분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히 무효인 경우도 있지만, 이 사건처럼 법령 적용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잘못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 처분은 일단 유효하나 취소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두13463 판결 등). 본 판결에서는 조례 적용의 잘못은 인정되나 무효 사유까지는 아니므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려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개발행위허가를 변경하는 경우, 관련 조례의 부칙 조항을 통해 적용되는 규정의 시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조례가 개정되어 규제가 강화된 경우, 기존 허가와의 연속성이 인정되면 과거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2. 행정청의 허가 조건 해석은 해당 행정행위의 목적, 경위, 당사자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허가 조건에 모호한 문구가 있다면 행정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개발행위변경허가를 신청할 때는 변경 사항이 기존 허가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신청서의 제목뿐만 아니라 신청 내용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 시, 단순히 위법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해당 위법성이 '무효' 사유인지 '취소' 사유인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무효는 처분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중대한 위법을, 취소는 일단 효력이 있지만 다툴 수 있는 위법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소송의 종류와 주장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토지의 분할, 소유권 이전 등의 사유가 있더라도 기존에 받은 개발행위허가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 서류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행정청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혼란을 방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