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유권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궐선거 및 향후 주요 선거에서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요구한 소송입니다. 원고들은 전자개표기의 조작 용이성, 사전·사후 검증 부족, 오독·실독 등의 오류 가능성, 법적 근거 부재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선거에 관한 다툼은 공직선거법에 정해진 특별한 절차(선거소송, 당선소송)에 따라야 하며, 선거관리 과정 중의 개별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2005년 10월 26일 대구 동구 을과 부천 원미 갑 보궐선거가 예정되었고, 이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지방의회선거 및 국민투표 등 모든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산개표기(전자개표기 또는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하여 개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보궐선거 구역의 유권자들이자 국민인 원고들은 전자개표기가 조작에 취약하고, 검증이 미흡하며,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할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결정이 위법하므로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개표기 사용 결정이 행정소송법상 '행정처분'에 해당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선거관리 과정 중의 개별적인 행위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소송이나 당선소송 외에 별도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유권자들에게 전자개표기 사용 결정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이는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본안의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한 것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선거와 관련된 다툼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특별한 선거쟁송 절차를 통해서만 다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법적으로 부적합하다고 보아 각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리와 관련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쟁송의 특별성: 공직선거법 제222조(선거소송)와 제223조(당선소송)는 선거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쟁송 방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선거일 또는 당선 결정일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대법원을 전속 관할법원으로 하여 제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선거의 본래 목적 달성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선거 과정 중의 개별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쟁송을 제한하고, 선거 종료 후 일괄하여 그 효력을 다투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자개표기 사용 결정이 선거관리라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 중 하나의 행위에 불과하므로, 선거 종료 후 선거소송으로 다투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소송법상 '행정처분'의 개념: 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법규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설정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히 행정청 내부의 의사결정이나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고,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개표기 사용 결정이 선거관리기관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국민주권주의나 선거권의 보장이 행정소송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방식이나 선거 관리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선거가 종료되기 전에는 개별적인 행정소송을 통해 즉각적으로 다투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법적 다툼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특별한 절차, 즉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선거소송(공직선거법 제222조)이나 당선의 효력을 다투는 당선소송(공직선거법 제223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소송들은 선거일 또는 당선 결정일로부터 정해진 기간 내에 대법원에 제기해야 하는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따릅니다. 행정기관의 모든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치지 않는 내부적인 결정이나 사실상의 통지는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