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그의 아내가 은행과의 연대보증(포괄근보증) 계약을 체결하고 여러 해 동안 갱신해 왔습니다. 이후 회사가 부도나자 아내는 이 연대보증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채무 부존재 확인을 청구했고, 법원은 은행이 부당하게 보증을 요구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연대보증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985년, 주식회사 삼익주택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로부터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었습니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종록(원고의 남편)은 회사 경영권 등 모든 권한을 제일은행에 포기했습니다. 같은 해 원고 신봉자는 삼익주택의 모든 채무에 대해 제일은행과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하고 1996년 1월 3일까지 매년 계약을 갱신했습니다. 이종록은 1987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후 삼익주택은 제일은행에 의해 10여 년간 경영되었고, 1998년 9월 17일에 부도가 발생했습니다. 삼익주택의 채무액은 1985년 약 1,446억 원에서 1995년 약 1,887억 원에 달하는 거액으로, 원고의 재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원고는 은행 직원이 연대보증 갱신 당시 '삼익주택은 부도날 일이 없고, 보증서 서명날인은 형식적인 것이며, 원고에게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여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의 재정 악화로 경영자가 경영권을 상실한 후에도 그의 아내가 회사의 거액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계속 갱신한 것이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 은행과 체결한 연대보증(포괄근보증) 계약에 따른 연대보증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 은행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연대보증 계약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 원고가 단지 회사 대표이사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감당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1,446억 원에서 1,88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채무를 보증하게 된 점을 들었습니다. 특히 남편이 회사 경영권을 포기하고 은행이 회사를 경영한 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도 계속 연대보증 계약을 갱신하도록 강요한 것은, 은행이 회사 대표이사나 관계 경영자에 대해 합리적인 채권 확보책을 강구하지 않고 특정 가족에게 무제한적인 책임을 지게 한 비민주적인 발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은행 직원이 연대보증 갱신 시 '형식적인 보증이며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원고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신의칙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대표이사의 가족이 보증을 설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