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자기앞수표 상품권 교환 사건

D점 상품권 판매소인 원고 회사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부터 액면가 5,200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를 받고 상품권을 판매하였습니다. 해당 자기앞수표는 피고보조참가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발행받아 교부한 것이었습니다. 원고 회사는 수표의 최종 소지인으로서 수표 발행 은행인 피고 회사에 지급 제시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피고보조참가인이 사고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수표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원고 회사가 수표를 취득할 당시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D점 상품권 판매소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부터 자기앞수표를 취득한 최종 소지인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B: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이자 수표금 지급인입니다.
• 피고보조참가인 C: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여 현금수거책 G에게 교부한 피해자입니다.
• G: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피고보조참가인 C로부터 받은 자기앞수표로 원고 A 주식회사에게서 상품권을 구입하여 현금화한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보조참가인 C는 2023년 1월 31일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에게 속아 서울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서울중앙지검 J 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C는 자신의 은행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거짓말에 속아, 1억원을 대출받아 그 중 5,200만원을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52장으로 발행받았습니다. 2023년 2월 1일,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G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C를 만나 이 수표들을 교부받았습니다. G은 같은 날 원고 A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D점 상품권 판매소에서 이 수표들로 상품권 104매(총 5,200만원 상당)를 구매한 후, 이 상품권을 다른 상품권 판매소에 판매하여 현금으로 만들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C는 2023년 2월 3일 자신이 사기당했음을 알고 수표 발행 은행인 피고 B 주식회사에 사고신고를 하고 경찰에 범죄피해를 신고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사건 수표의 최종 소지인으로서 지급제시기간 내인 2023년 2월 8일 피고 B 주식회사에 수표금을 청구했으나, 피고 B 주식회사는 C의 사고신고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교부된 자기앞수표를 상품권으로 교환한 원고 회사가 수표법 제21조에서 규정하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해당 수표를 선의취득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원고 회사가 중대한 과실 없이 수표를 취득했다면 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발행 은행에 수표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자기앞수표를 취득할 당시 현금수거책 G의 실질적 무권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거래에서 필요로 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원고 회사가 자기앞수표를 선의취득했다고 보아, 피고 회사(은행)는 원고 회사에게 수표금 5,2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피고 주식회사 B는 원고 A 주식회사에게 5,2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 2. 8.부터 2023. 4. 14.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해야 합니다. 보조참가로 인한 소송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례는 자기앞수표의 지급 의무와 수표의 선의취득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수표소지인의 정당한 취득 추정: 수표 소지인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그 수표를 정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추정받습니다(대법원 1962. 9. 20. 선고 62다408 판결 등 참조). 이는 수표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2.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의 지급 의무: 자기앞수표는 소지인은 물론 발행신청인도 지급위탁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없으며, 도난·분실 등을 이유로 한 지급정지 요청은 단순히 사고신고에 불과하고 지급위탁 취소의 성질을 갖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급 은행은 사고신고를 접수했더라도, 수표 소지인이 악의나 중대한 과실로 수표를 취득했음을 증명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소지인이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제시 기간 안에 적법하게 지급 제시된 수표금을 지급해야 합니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다65745 판결, 대법원 1964. 9. 8. 선고 64다464 판결 등 참조).
3. 수표법 제21조 (선의취득)​: 이 조항은 수표의 점유를 잃은 자가 있더라도, 소지인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수표를 취득한 때를 제외하고는 수표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수표 유통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 '악의': 교부 계약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경우, 즉 종전 소지인이 무권리자이거나 대리권이 흠결되었다는 등의 사정을 알고 취득한 것을 말합니다.
   • '중대한 과실': 거래에서 필요로 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58471 판결 참조). 특히 자기앞수표 등을 취득하면서 통상적인 거래 기준으로 판단할 때 양도인이나 수표 자체 등에 의해 양도인의 실질적 무권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수표를 양수한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7. 5. 28. 선고 97다7936 판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다27287 판결 등 참조).

참고 사항

자기앞수표를 거래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1. 수표소지인은 수표를 정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지급 은행은 소지인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수표를 취득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표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자기앞수표의 경우 발행 신청인이라도 지급위탁을 취소할 수 없고, 도난·분실 신고는 단순 사고신고에 그칩니다.
2.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적인 거래 기준에서 양도인이나 수표 자체에 의해 양도인의 실질적 무권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3. 상품권 판매소 등 현금성 자산으로 교환하는 업종에서는 고액의 자기앞수표 거래 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신분증 확인, 본인인증을 통한 회원 가입, 사고 수표 여부 조회 등 상당한 주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4.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경찰 및 관련 금융기관에 사고신고를 해야 피해 확산을 막고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사고신고가 늦어지거나 불충분한 경우, 정당한 거래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