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동차 내 성추행 혐의,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 사건

피고인 A가 2020년 3월 31일 지하철 7호선 전동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피해자 B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원심의 사실 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또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지하철 전동차 내 성추행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
• 피해자 B: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22세 여성
• 검사: 피고인에게 유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당사자

분쟁 상황

2020년 3월 31일 오전 0시 6분경부터 0시 26분경 사이 서울 강남구 학동로 지하 102에 위치한 지하철 7호선 논현역을 지나 부평구청역으로 향하는 전동차 안에서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A가 자신의 우측에 앉아 있던 피해자 B의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손으로 1회 쓸어내리는 방식으로 강제 추행하였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범인을 지목한 과정의 신빙성과 그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 증명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원심이 제시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통해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1. 범인 지목 과정의 문제점: 피해자는 사건 발생 13일 후와 47일 후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여러 사람의 사진을 동시에 제시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다른 용의자 각 1장, 또는 피고인의 사진만 제시받았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제시한 사진에 의한 범인 식별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2. 피해자 진술의 모호성: 피해자는 1차 조사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 '정면을 보면 알 것 같고 옆모습은 비슷하다'며 다소 모호하게 진술했습니다. 또한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안 쓰고 안경 낀 사람이 저 사람밖에 없었다면 분명 저 사람이 맞습니다'와 같이 가정에 기반한 진술을 했고, 경찰관의 암시에 의해 피고인을 지목했을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3. 피고인과 피해자 진술의 불일치: 피해자는 범인의 나이를 40~50대, 머리숱이 많지 않고 술에 엄청 취한 상태였다고 묘사했지만, 피고인은 30대이고 머리숱이 적지 않았으며 술에 그다지 취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4. 승차 칸 및 이동 관련 진술: 피해자는 학동역에서 5호차에 승차했고 피고인은 논현역에서 6호차에 승차했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다른 칸에서 자신 있는 칸으로 이동해 온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5. 증거 부족: 추행 당시 전동차 내부 CCTV는 녹화되지 않았고, 추행 장면을 목격한 제3자의 진술도 확보되지 않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했습니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었고, 피고인 A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유죄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이는 항소법원이 심리 결과 항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입니다.

또한 이 사건의 핵심에는 '증거재판주의'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라는 형사 사법의 대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즉,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도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이 모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였지만, 그 진술의 신빙성(범인 묘사와 실제 피고인의 불일치, 불충분한 범인 식별 절차 등)에 의문이 제기되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에서 제시된 '사진에 의한 범인 식별 절차'의 원칙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 원칙은 범인의 인상착의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하고, 용의자를 포함하여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의 사진을 동시에 제시하여 범인을 지목하게 해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무죄 판결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신속한 신고: 사건 발생 직후 112 등에 즉시 신고하여 최대한 빨리 수사가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구체적인 정보 제공: 피해를 입었을 경우, 범인의 인상착의(나이, 키, 체격, 옷차림, 머리 스타일, 안경 착용 여부 등),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 주변 상황(목격자 유무, CCTV 위치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수사기관에 진술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3. 목격자 확보: 만약 주변에 목격자가 있었다면, 목격자의 연락처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증거 자료 확보: 지하철 내 CCTV, 주변 상점 CCTV 등 사건 현장 주변의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수사기관에 요청해야 합니다. 영상 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습니다.
5. 범인 식별 절차의 중요성: 수사기관의 범인 식별 절차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의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범인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만약 사진 제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내용을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