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방해/뇌물
국내 7개 주요 철근 제강사 및 일부 압연사들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합의하여 담합한 사건입니다. 회사들은 예정가격을 높이기 위해 민수 시장의 실거래 가격을 조작하여 제출하고, 입찰물량 배분과 투찰가격을 결정하여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고 손실이 발생했으며, 여러 임직원과 법인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 철근 시장, 특히 국가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용 철근(DL) 조달 시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시장 구조: 국내 철근 시장은 민수시장(건설사, 유통사 등 판매)과 관수시장(조달청 입찰을 통해 관급 공사 판매)으로 나뉩니다. 피고인 회사들은 국내 철근 생산 능력의 약 92%, 시장점유율의 약 99%를 차지하는 주요 제강사들입니다.
관수 철근 입찰 방식: 조달청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연간단가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는 여러 업체가 희망 수량과 단가를 제시하고, 예정가격 이하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분류별 최저 투찰가격 적용' 방식이 적용되어 모든 낙찰자가 1순위 낙찰자의 최저가로 계약을 체결해야 했습니다.
예정가격 산정: 예정가격은 조달청이 입찰 참가자들로부터 제출받은 민수 시장의 철근 실거래 가격을 기초로 산정됩니다. 조달청 사정률(약 4%)이 적용되어 기초금액이 산정되고, 이 기초금액의 ±0.2%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비가격 중 4개를 무작위 추첨하여 산술평균한 값으로 예정가격이 결정됩니다.
담합 동기: 피고인 회사들은 철근 생산 능력에 비례하여 일정 물량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관수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을 회피했습니다. 특히, '최저가 납품 동의' 방식으로 인해 최저 투찰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공통의 이익이 되었습니다.
담합 방식: 기본 합의: 2012년 이전부터 입찰 전 모임을 통해 낙찰 물량 배분 및 투찰 가격 협의. 물량 배분: 각 회사의 '과거 3년간 계약물량 50% + 압연 생산 능력(capa) 비율 50%' 공식을 기초로 매년 조정하여 U이 최종 투찰 물량을 고지. 가격 조작: 조달청에 제출하는 민수 실거래 가격 자료를 조작하여 할인된 가격 대신 기준 가격으로 거래된 것처럼 위조하거나 누락하여 예정가격을 높게 유도. 투찰 가격 합의: U이 입찰 직전 각 회사별 투찰 금액을 고지하고, 유찰 시에도 조금씩 내려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된 가격 유지.
관행화: 철강업계의 담합은 십수 년 전부터 관행으로 정착되었으며, 과거에도 유사 담합으로 행정 제재 및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지속되었습니다.
관수 철근 입찰에서 사업자들이 사전에 물량 배분 및 투찰 가격을 담합한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민수 실거래 가격 자료 조작 제출 및 물량 배분 합의가 입찰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담합 행위에 대한 임원 및 실무진의 공모 여부 및 책임 범위 장기간 지속된 담합 행위의 공소시효 완성 여부
회사 피고인: X 주식회사: 벌금 2억 원 Y 주식회사: 벌금 1억 5,000만 원 Z 주식회사: 벌금 1억 원 AA 주식회사: 벌금 1억 원 AB 주식회사: 벌금 1억 원 AC 주식회사: 벌금 1억 원 AD 주식회사: 벌금 1억 원
개인 피고인 (주요 인물 중심): A (X 대표이사): 벌금 3,000만 원 B (X 영업본부장): 징역 8개월, 벌금 2,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C (X 영업본부장): 징역 6개월, 벌금 1,000만 원 (1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D (X CX사업부장): 징역 8개월, 벌금 2,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E (X CY실장): 징역 6개월, 벌금 500만 원 (1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F (X 팀장): 벌금 500만 원 (1년간 벌금형 집행유예) H (Y 임원): 징역 10개월, 벌금 1,000만 원 J (Y 팀장): 징역 8개월, 벌금 1,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M (Z 부문장): 징역 10개월, 벌금 3,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Q (AE 영업본부장): 징역 10개월, 벌금 3,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R (AE 영업본부장): 징역 8개월, 벌금 2,0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U (AC 실무자): 징역 10개월, 벌금 500만 원 (2년간 징역형 집행유예)
대부분의 개인 피고인에게는 벌금 미납 시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가 명해졌고, 일부 징역형은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A, B, C의 일부 혐의(2012년, 2013년, 2015년, 2017년 입찰 담합에 대한 독점규제법 위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판단되었으나, 포괄일죄의 관계로 별도로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 2017년 입찰에 대한 입찰방해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면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관수 철근 입찰에서 장기간 물량 배분과 투찰 가격을 담합하여 공정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임원급 피고인들은 담합을 지시하거나 묵인하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이 엄중히 다뤄졌습니다. 다만, 철강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점, 조달청의 행정 편의적 입찰 운영 방식이 담합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 개인 피고인 중 일부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다는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합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와 반복된 위반 전력을 고려하여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아 벌금 및 징역형(일부 집행유예)을 선고했습니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3호, 제8호, 제66조 제1항 제9호, 제70조): 제19조 제1항 제3호와 제8호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하는 행위(카르텔)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회사들이 관수 철근 입찰에서 물량 배분과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여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제66조 제1항 제9호는 이러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 또는 그 임직원을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제70조는 사업자가 소속 임직원의 위법 행위로 인해 벌금형을 받도록 하는 양벌규정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의 목적인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 및 국민경제 균형 발전 도모'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315조 (입찰방해): 입찰, 경매 또는 공매에 있어서 위계 기타 방법으로 그 공정을 해한 자를 처벌합니다. 피고인들은 민수 실거래 가격 자료를 조작하여 예정가격을 높게 유도하고, 사전에 물량 배분 및 투찰 가격을 합의하여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2018년 입찰에 대해서는 입찰방해죄를 인정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담합에 참여한 회사들과 임직원들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을 이루어 공모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임원급 피고인들은 직접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담합을 지시하거나 묵인하여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 독점규제법 위반죄와 입찰방해죄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률에 저촉되는 상상적 경합 관계로 판단되었고, 형이 더 무거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제326조 제3호 (공소시효): 입찰방해죄의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입찰방해 혐의는 범행 종료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점규제법 위반죄는 장기간에 걸친 일련의 합의를 '포괄일죄'로 보아 최종 실행행위가 종료된 2018년 입찰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판단했으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징역형에 대해 일정한 사정을 고려하여 집행을 유예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개인 피고인들의 가담 정도, 반성 여부, 전과, 회사 퇴사 등의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일부 징역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경우, 원진술자가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습니다. 증인 G의 진술 중 피고인 F의 말을 들은 부분은 원진술자인 피고인 F이 법정에서 증언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증거능력이 배제되었습니다. 반면, 증인 F의 진술 중 피고인 A의 말을 들은 부분은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제1항)에 해당하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보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었습니다.
정부 조달 입찰 등 공공성이 높은 입찰에서는 담합 행위에 대한 처벌이 매우 엄중합니다. 이는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담합에 참여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면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임직원이라면 불법적인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담합 행위는 단순히 경쟁 제한을 넘어 입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뿐 아니라 형법상 입찰방해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진의 담합 행위라도 상급 임원이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경우, 임원 역시 공모 공동정범으로서 무거운 형사 책임을 지게 됩니다. 특히 적극적으로 담합을 지시하거나 담합 상황을 인지하고도 저지하지 않은 경우 그 책임은 더욱 커집니다. 담합이 적발될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허위 진술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리한 양형 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입찰 제도의 미비점이나 행정 편의적 운영 방식이 담합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이는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기업은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액(국고 손실 등)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못하더라도, 담합의 경쟁 제한성, 시장 규모, 참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담합의 방식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벌 수위가 결정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