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1980년 비상계엄이 선포된 시기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한 시민이, 해당 계엄포고가 위헌·무효라는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일부 승소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위헌적인 계엄포고 발령과 집행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인정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원고 A는 1980년 12월 1일, 포장마차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 및 현직 국가원수 모독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12월 17일에 구속된 후, 수도군단계엄 보통군법회의에서 계엄포고령 제10호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981년 1월 2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같은 달 29일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19년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5월 20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해당 계엄포고령이 위헌·무효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무죄 판결은 5월 28일 확정되었고, 원고는 이후 2020년 9월 23일 형사보상금으로 12,713,200원과 비용보상금 1,665,00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위자료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헌·무효인 계엄포고의 발령과 집행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위자료 액수 산정 및 지연손해금 기산점, 그리고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의 공제 방식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에게 37,286,8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10월 11일부터 2023년 10월 25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3/5, 피고가 2/5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1980년 당시의 계엄포고가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조치였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엄포고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이 위법하므로 국가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중 위자료 5천만 원을 인정하고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12,713,200원을 공제한 금액을 최종 배상액으로 정했으며, 지연손해금 기산점도 불법행위시가 아닌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적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구 헌법(1980년 개정 전)과 구 계엄법(1981년 개정 전)의 해석, 국가배상 책임, 민법상 소멸시효, 그리고 형사보상법의 적용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계엄포고의 위헌성 및 위법성: 법원은 구 헌법 제54조 제1항 및 구 계엄법 제4조, 제13조를 근거로, 계엄은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경찰력만으로는 비상사태 수습이 불가능할 때만 선포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계엄포고는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 영장주의 원칙,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에 따라, 위헌·무효인 계엄포고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직무행위의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이로 인해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 민법 제166조 제1항과 제766조 제1항에 따르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 법원은 위헌·무효인 계엄포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으로 기존 유죄 판결이 취소된 이후에야 비로소 피해자가 불법행위 요건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자료 산정 및 지연손해금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원칙적으로 채무 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만,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가 크게 변동하여 위자료 액수가 현저히 증액될 경우 예외적으로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1다38325)를 적용했습니다.
형사보상금 공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으로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는 그 보상금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액을 정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위자료 지연손해금이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되는 경우,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위자료 원본에서 우선 공제할 수 있다고 보아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12,713,200원을 위자료 5천만 원에서 공제했습니다.
과거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경우, 해당 법령이 위헌 또는 위법하다는 사유가 있다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금 기간 등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위헌·위법한 국가 작용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소멸시효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위자료 산정 시에는 과거 불법행위 시점과 소송의 변론 종결 시점 사이의 오랜 기간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가 현저히 증액될 수 있으며, 지연손해금의 기산점도 예외적으로 변론 종결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받은 형사보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므로, 총 배상액을 계산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