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심부전 진단 후 퇴원 조치를 받았으나, 병원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심정지를 겪고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증의 영구적 후유장애를 입은 사건입니다. 환자 가족들은 병원의 오진, 부적절한 퇴원 조치, 응급처치 미흡,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병원의 진단 및 퇴원 조치에 과실이 있다고 일부 인정했으나, 이러한 과실과 환자의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9년 12월 7일, 70세 고혈압 환자 A는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으로 지역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시 산소포화도가 8588%로 낮아 상급 병원 검사를 권유받고 피고 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응급실에서 시행된 검사 결과, 혈액 검사에서 폐색전증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D-dimer 수치(7.22mg/L, 정상범위 00.55mg/L)와 심부전 및 우심실 기능장애의 표지자인 Pro-BNP 수치(1403pg/ml, 정상 <115pg/ml)가 현저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흉부 X-ray에서는 심장비대가 관찰되었습니다. 환자는 산소 공급에도 불구하고 산소포화도가 83~93% 사이를 오가며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심부전으로 진단하고 이뇨제를 투여한 후 2019년 12월 7일 17시 13분경 외래 진료를 권유하며 퇴원 조치했습니다.
그러나 환자 A는 퇴원 후 약 18분 뒤인 17시 31분경 피고 병원 응급실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의식이 있었으나, 혈압 80/50mmHg, 산소포화도 88%로 상태가 위중했습니다. 병원은 산소 투여량을 늘리고 중환자실 입원을 결정했으나, 환자는 18시 3분경 혼수상태에 빠졌고 18시 17분경 심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었습니다.
이후 19시 1분경 시행된 흉부 CT에서 폐색전증이 진단되어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했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에크모(ECMO)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2019년 12월 9일, 흉부외과 의료진은 CT상 폐색전증이 심정지를 유발할 정도로 많지 않다고 판단, 심장성 쇼크 감별을 위해 관상동맥조영술을 요청했습니다.
2019년 12월 10일 시행된 관상동맥조영술 결과, 좌전하행동맥에 80%, 제1 대각선동맥에 60%, 좌회선동맥에 50%의 협착이 확인되어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진단받고 스텐트 삽입술(PCI)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자 A는 심폐소생술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동공 반사 없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중증의 의식저하 및 사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는 영구적 후유장애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환자 가족들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에게 폐색전증 오진, 부적절한 퇴원 조치, 응급처치 미흡, 설명의무 위반 등이 있었다며 총 3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은 심부전 진단이 합리적이었고, 퇴원 조치에 과실이 없으며, 응급조치는 적절했고, 환자의 심정지는 폐색전증이 아닌 다른 기왕증(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것일 수 있으므로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환자 A의 응급실 내원 당시 피고 병원 의료진이 폐색전증을 진단하지 못하고 심부전으로 오진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환자의 불안정한 산소포화도 상태에서 퇴원 조치를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퇴원 후 병원 내에서 쓰러진 환자에게 응급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의료진이 환자에게 질병의 가능성, 추가 검사 필요성, 경과 관찰 및 퇴원 후 주의사항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위와 같은 의료진의 과실들과 환자 A에게 발생한 심정지 및 저산소성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 A의 혈액 검사 결과(D-dimer 및 Pro-BNP 수치 상승)와 호흡곤란 증상 등을 고려할 때 폐색전증을 의심하고 흉부 CT 등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심부전으로 오진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산소포화도가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저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A를 퇴원 조치한 것에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응급조치상의 과실과 지도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궁극적으로 법원은 병원의 진단 및 퇴원 조치상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환자 A의 저산소성 뇌손상이 병원이 진단하지 못한 폐색전증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환자의 기왕증인 불안정형 협심증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설령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했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일부 의료과실(오진 및 부적절한 퇴원 조치)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발생한 심각한 결과(저산소성 뇌손상)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 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건입니다.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적 원칙과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보게 됩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등 참조). 이 의무는 의료행위 당시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진단상의 과실: 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 환자 A의 높은 D-dimer와 Pro-BNP 수치, 불안정한 산소포화도 등은 폐색전증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었고, 그럼에도 추가 검사 없이 심부전으로 오진한 것은 진단상의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퇴원 조치상의 과실: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하고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검사 및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환자 A의 산소포화도가 불안정했고 고령 및 기저질환을 고려할 때, 호흡곤란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악결과에 대처하기 위해 입원하여 경과를 관찰해야 했음에도 퇴원 조치한 것은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응급조치상의 과실: 응급 상황 발생 시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환자 A가 쓰러졌을 당시 의식이 있었고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심정지 확인 후 즉시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졌다고 보아 응급조치상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도설명의무 위반: 의사는 수술 등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증이 발생하거나 요양 과정에서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 요양 방법, 후유증의 증상 및 대처 방법 등을 환자의 상황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진단하지 못했던 폐색전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것을 지도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고, 퇴원 후 병원 내에서 발생한 호흡곤란을 의료행위 결과나 요양 과정의 후유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지도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인과관계: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증명되어야 의료인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인과관계 입증이 극히 어려울 경우,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는 환자 A의 폐색전증이 심정지를 유발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을 가능성, 기왕증인 불안정형 협심증이 심정지의 원인이었을 가능성 등이 존재하여, 병원의 과실과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응급실 진료 시 자신의 증상과 검사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D-dimer 수치 상승이나 불안정한 산소포화도 등 중요한 이상 소견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추가 검사(예: 흉부 CT)의 필요성과 퇴원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자세히 문의해야 합니다. 퇴원 결정 시, 자신의 상태가 퇴원해도 괜찮은지, 집에서 혼자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인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의료진의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불확실하거나 불안정할 경우, 입원하여 경과를 관찰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설령 의료기관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이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증명되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기존 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