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E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보증보험 관련 구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B에게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피고 C에게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소유권을 이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E의 부동산 처분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해당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을 원고의 채권액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피고 B, C에게 가액배상을 명했습니다. 다만, 피고 C으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담보신탁받은 전득자인 피고 D 주식회사는 선의의 전득자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E 농업회사법인에게 보증보험과 관련하여 발생한 200,000,000원의 구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 농업회사법인은 이 채권이 확정되기 전인 2018년 2월 28일 피고 B과 부동산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가등기를 설정했으며, 2018년 9월 10일에는 피고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했습니다. 당시 E 농업회사법인은 약 2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J조합과 K 주식회사에 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이 약 8억 8천만원에 달했고, 그 외에도 금융기관, 카드회사, 세무서 등에 약 10억 4천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어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부동산 처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 C은 E가 부동산 매수 대금 및 건물 신축 공사 대금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였으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피고 B은 자신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또한, 피고 C으로부터 부동산을 담보신탁받은 피고 D은 신탁회사로서 위탁자인 피고 C의 소유권 취득 경위를 알 수 없었으므로 선의의 전득자라고 항변했습니다.
E 농업회사법인의 부동산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이 원고 A 주식회사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이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는지 여부, 피고 B과 C이 사해행위의 수익자로서 원상회복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 전득자인 피고 D 주식회사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한 선의의 전득자에 해당하여 책임이 면제되는지 여부,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과 범위가 무엇인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E 농업회사법인과 피고 B 사이에 2018년 2월 28일 체결된 매매예약 및 E 농업회사법인과 피고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 사이에 2018년 9월 10일 체결된 매매계약을 274,865,863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또한 피고 B과 피고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74,865,86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원고의 피고 D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채무자의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처분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되었고, 수익자는 원고의 채권액 범위 내에서 가액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부동산 담보신탁을 받은 전득자는 선의로 인정되어 책임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행위로 이익을 얻은 자(수익자)나 그로부터 다시 재산을 취득한 자(전득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하는 경우(선의)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E 농업회사법인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을 매각하여 원고 A 주식회사를 포함한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감소시켰으므로,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사해행위 취소의 제척기간 (민법 제406조 제2항)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여기서 '취소 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사실을 안 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사해행위의 존재와 채무자의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하려는 의도)까지 인식한 날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E 농업회사법인의 부동산 처분 사실을 알았어도 그 행위가 사해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제척기간 도과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판단 기준 채무자의 재산이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담보로 제공되어 있는 경우, 해당 재산의 가액에서 다른 채권자가 가지는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채무자의 적극재산으로 평가하여 채무초과 여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3다9040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E 농업회사법인의 부동산 시가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하여 적극재산을 산정했고, 그 결과 E 농업회사법인이 채무초과 상태였음을 인정했습니다.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가 되며,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됩니다. 또한 수익자나 전득자도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음을 알았다고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 C은 사해의사가 추정되었으나, 피고 D은 선의의 전득자로 인정되었습니다.
원상회복의 방법 및 범위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취소된 법률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복귀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 후 저당권이 말소된 경우,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아니던 부분(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부분)까지 회복시키는 것이 되어 불공평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 내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명합니다. 가액배상의 범위는 원고의 피보전채권액(274,865,863원)과 사해행위로 감소한 공동담보가액 중 더 적은 금액으로 제한됩니다.
전득자의 선의 여부 전득자가 사해행위를 알지 못하고 재산을 취득한 경우(선의), 그 전득자에 대해서는 사해행위 취소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D 주식회사는 부동산신탁을 전문으로 하는 신탁회사로서, 위탁자(피고 C)의 소유권 취득 경위나 E 농업회사법인의 자력 상황 등을 알기 어려웠다는 점, 사해행위를 알면서 신탁계약을 체결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의의 전득자로 인정되어 책임이 면제되었습니다.
민법 제666조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수급인은 재료 또는 지면의 제공으로 건축물을 완성한 경우, 그 건물에 대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피고 B, C은 이 사건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이 건물 공사대금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는 소유권 이전 행위이며 토지 매수대금까지 포함된 것이므로 민법 제666조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빚이 많아 채무초과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특정인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이러한 사해행위를 알게 된 경우,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한 소송(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또는 사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안 날'은 단순히 재산 처분 사실을 넘어 사해행위의 구체적인 요건을 알았을 때를 의미합니다. 담보권이 설정된 재산이 처분된 경우, 그 재산의 가치에서 담보 채무액을 제외한 부분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평가됩니다. 만약 사해행위로 처분된 재산에 설정된 담보권이 나중에 해제되었다면, 법원은 재산 자체를 돌려주는 대신 담보권이 없었을 경우의 가액을 배상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가액배상 금액은 원고의 실제 채권액과 사해행위로 감소한 공동담보가액 중 더 적은 금액 범위 내에서 결정됩니다. 부동산 등기를 전문으로 하는 신탁회사와 같은 전득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선의의 전득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거래 전에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 변동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