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인(환자)은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기계적 장폐색 및 닫힌 고리형 장폐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보존적 치료를 유지하며 수술 결정을 지연했습니다. 망인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이를 제때 감지하지 못하고 추가 검사를 이유로 수술을 더욱 늦췄습니다. 결국 망인은 쇼크 상태에 빠진 후 뒤늦게 수술을 받았지만,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악화되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수술 시기를 놓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남편과 아들에게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은 2018년 5월 11일 극심한 복통, 오심, 구토 등의 증상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복부 CT 촬영 결과 '기계적 장폐색' 및 '닫힌 고리형 장폐색' 소견과 함께 장으로 가는 혈류에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확인되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은 망인을 입원시킨 후 금식, 비위관 배액, 항생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진통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장폐색 증상도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입원 다음 날 의료진은 망인을 진찰한 후 비위관 제거를 지시하고 퇴원을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같은 날 오후 망인은 소변 중 화장실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맥박이 측정되지 않아 심폐소생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의료진은 망인의 쇼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CT를 촬영하는 등 수술을 더욱 지연시켰고, 결국 뒤늦게 150cm 가량의 괴사된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수술 후 회복하지 못하고 패혈성 쇼크, 파종성 혈관내 응고 증후군, 다발성 장기부전이 진행되면서 2018년 5월 18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아들이 피고 병원을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기계적 장폐색 증상 악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시에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의료진의 수술 지연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피고 병원이 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 A에게 122,817,020원, 원고 B에게 77,878,013원 및 각 돈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18년 5월 18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1년 8월 17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기계적 장폐색 증상 악화, 특히 닫힌 고리형 장폐색의 심각성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수술 시기를 놓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수술 지연이 망인의 패혈증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교액성 장폐색의 경우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합병증 발생률이 높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손해배상 제도의 공평한 부담 원칙을 동시에 고려한 판결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들이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의료진은 망인에게 닫힌 고리형 장폐색과 허혈성 변화 가능성이 확인되었음에도 수술을 지연하여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의료과실의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환자 측이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외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의료행위 측이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법원은 망인의 증상 악화, 수술 지연, 그리고 그로 인한 사망 사이에 다른 특별한 원인이 없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은 교액성 장폐색의 경우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 등을 바탕으로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70%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망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는 민법상의 상속 규정에 따라 배우자(원고 A)와 자녀(원고 B)에게 각각 3/5과 2/5의 비율로 분배되었고, 지연손해금은 민법(연 5%)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연 12%)에 따라 계산되었습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병원에서 특정 진단을 받았을 때 그 진단이 가지는 위험성과 응급성을 의료진에게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닫힌 고리형 장폐색'처럼 시간이 지체될수록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 계획과 진행 상황을 문의해야 합니다. 둘째, 보존적 치료를 받는 중에도 환자의 통증이 지속되거나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된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진에게 추가 검사나 수술적 치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제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의료진과의 중요한 대화 내용이나 검사 결과, 치료 계획 등에 대해 가능하면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향후 혹시 모를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사안의 특성상 병원의 책임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는 질병 자체의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