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비영리법인 A가 전 대표자 J가 여러 피고들에게 매각한 부동산들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는 J가 신도들의 헌금을 횡령하여 취득한 부동산들을 채무초과 상태에서 처분함으로써 A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회피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J의 채무초과 상태가 입증되지 않았고, A의 피보전채권 액수도 주장하는 만큼 인정되지 않아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참가인 J는 L종교단체에서 이탈하여 독자적인 종교활동을 하던 중, 2009년경 원고인 사단법인 A를 설립하고 대표로 재직했습니다. 2017년경 J에 대한 성범죄 및 신도 헌금 약 82억 5천만 원 횡령 혐의가 불거지자, 원고의 현재 대표자는 J를 고소·고발했습니다. J는 이 시기 전후인 2015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여러 피고들에게 다수의 부동산을 매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J가 자신들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한 것이라며, 해당 매매계약들이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부동산을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소송이 채권자취소권의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 원고에게 피보전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및 그 액수, 그리고 피고보조참가인 J가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및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원고가 참가인의 횡령 혐의를 고소한 시점을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를 알게 된 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제척기간 도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안 판단에서는 관련 형사판결과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약 81억 원) 중 일부인 1억 5천 7백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나아가 이 사건 각 매매계약 체결 당시 참가인의 예금 잔액과 보유 부동산을 고려할 때, 참가인이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참가인의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설령 사해행위로 보더라도 피고들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부가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406조에 따른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관한 것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자기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피보전채권의 존재 △채무자의 사해행위(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재산 감소 행위) △채무자의 사해의사 △수익자(부동산을 매수한 피고들)의 악의(사해행위임을 알았는지 여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채권자취소권은 그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때 '취소 원인을 안 날'은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넘어,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모두 알게 된 날을 의미하며, 그 입증 책임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상대방에게 있습니다.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민사재판의 다른 증거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이를 배척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4다4386 판결 참조).
유사한 상황에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는 경우, 채무자가 문제의 행위를 할 당시에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음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빚이 있거나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채무초과 상태나 사해의사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주장하는 채권의 존재와 정확한 액수를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종교단체 등 특수한 관계에서의 헌금이나 재산 귀속 문제는 법리적 해석과 증거 판단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자금의 출처와 명의 관계 등을 명확히 정리하여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의 제척기간은 채무자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과 채무자의 사해의사 모두를 명확히 안 날로부터 1년임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