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만성 신부전 환자 D는 피고 병원에서 감염 및 통풍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스테로이드제 등 통풍 약물을 투약했으나 증상 호전이 없어 아나킨라를 투여했고, 이후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퇴원 이틀 뒤 D는 혈압 저하, 간기능 악화,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재내원했고, CT 검사 결과 간과 복강 내 약 13.4cm 크기의 악성 종괴가 발견되었습니다. D는 상태 악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연명치료를 거부한 후 2018년 4월 20일 호흡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 C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아나킨라 투약, 조영제 사용, 항고혈압제 사용, 감염 처치, 악성 종양 및 포충증 진단 지연, 응급처치 소홀, 설명의무 위반 등 여러 부분에서 과실을 저질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전문가 감정 결과 및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의료진의 과실이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 D는 피고 병원에서 통풍으로 진단받고 여러 약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퇴원했으나, 곧바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재입원했습니다. 재입원 후 폐색전증을 의심한 의료진의 CT 검사 과정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고, D는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힌 후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통풍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의 약물 투여, 다른 질환(악성 종양, 포충증) 진단 지연, 응급 상황 대처,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설명 등 여러 부분에서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총 961,134,12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측은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은 당시의 의학적 기준에 부합했으며,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고, 환자의 사망 원인과 의료 행위 간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통풍 치료를 위해 아나킨라를 투약한 것에 과실이 있었는지,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조영제를 사용한 CT 검사를 한 것에 과실이 있었는지, 저혈압 상태에서 항고혈압제를 사용한 것에 과실이 있었는지, 감염에 대한 처치상 과실이 있었는지, 악성 종양 또는 포충증의 진단이 지연된 과실이 있었는지, 망인 사망 직전 응급처치상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의료 행위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의료진의 아나킨라 투약, 조영제 사용, 항고혈압제 사용, 감염 처치, 악성 종양 및 포충증 진단 지연, 응급처치 소홀, 설명의무 위반 등 모든 과실 주장에 대해 의료 전문가 감정 결과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과실이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아나킨라 투약은 권고안에 포함된 약물이며 정식 절차를 거쳤고 감염 증가폭이 미미하다는 점, 조영제 사용 CT는 폐색전증 진단을 위한 필수 검사였으며 신장내과 협진을 거쳤다는 점, 항고혈압제는 저혈압 진단 기준 이전 시점까지 사용 후 중단되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악성 종양 진단 지연은 환자의 임상 증상이 경미했고 만성 신부전 환자의 특성상 간기능 수치만으로 악성 종양을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응급처치는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것이었으며, 설명의무 위반은 중대한 결과가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 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진단은 치료법 선택의 출발점이므로 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 발생을 예방할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아나킨라를 투약하고 조영제 CT를 시행하며 항고혈압제를 사용한 행위가 과실인지, 그리고 감염 처치나 악성 종양 진단 지연에 과실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전문가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각 의료행위가 당시의 의학적 기준에 부합했고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및 진단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충분히 설명했더라면 환자가 다른 선택을 통해 그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아나킨라 투약 및 조영제 사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실제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법리(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등 참조)를 따른 것입니다.
의료 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인해 일반인이 의료 과실과 손해 간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을 증명하여 의료 과실에 기한 증상 발생을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연히 중대한 결과만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여러 과실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각 의료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 소송에서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료 기록의 철저한 보관과 전문가 감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 내용, 진료 및 검사 동의 여부 등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여러 합병증이나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기적인 검사와 의료진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의료진은 의약품 투약 시 해당 약품의 국내외 승인 여부, 임상 사용 경험,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며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의료진은 최선의 진단 및 처치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진 등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합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에는 환자의 충분한 숙고와 명확한 의사 표현이 중요하며 의료진은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