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술을 마시다 쓰러져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뇌CT와 혈액 검사상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고 보호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원고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이후 척수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증상을 보였고, 법원은 응급실 의료진이 당시 환자에게 나타난 저혈압과 서맥 증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원시킨 과실이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장애가 악화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1,5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원고는 2015년 3월 7일 밤 술을 마시던 중 쓰러져 구토와 의식 저하 증상을 보였습니다. 119 구급차로 피고가 운영하는 상주적십자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뇌CT와 혈액 검사를 받았으나, 두부 손상이나 출혈 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보호자는 3차 병원 전원을 강력히 요구했고, 의료진은 내원 약 1시간 15분 후 원고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습니다. 전원 당시 원고는 지속적으로 저혈압(70/40mmHg에서 80/40mmHg 사이)과 서맥(분당 60회 이하) 증상을 보였으며, 양 하지의 마비 증상도 있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전원 전까지 수액만 투여했을 뿐 저혈압과 서맥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원고는 후종인대골화증과 경추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척수신경 손상으로 사지마비 증상을 진단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저혈압 및 서맥을 방치하여 척수신경 손상이 악화되었다며 4,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응급실에 내원한 원고의 저혈압 및 서맥 증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행위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실이 원고의 척수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증상 악화에 기여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 3월 7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율로 계산한 금액입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반씩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CT 및 혈액 검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고 보호자의 전원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나타난 저혈압과 서맥 증상에 대해 혈관수축제 투여 등 적절한 치료 없이 전원시킨 것은 과실이며, 이로 인해 환자의 장애가 악화되었음을 인정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하는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는 응급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환자의 저혈압과 서맥 증상이 명확히 나타났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적절한 치료(예: 혈관수축제 투여)를 하지 않고 전원시킨 것이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사용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소속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또한, 판결문에서 언급된 지연손해금의 이율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소송이 제기된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의 이자는 민법에 따른 연 5%를 적용하고,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높은 이율을 적용하여 채무 이행을 독려하는 취지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에게 나타나는 모든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뇌 영상 검사 결과 특이점이 없더라도 저혈압, 서맥, 특정 부위 마비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척추신경 손상과 같은 다른 심각한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추가적인 정밀 검사나 증상 안정화 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환자 보호자의 강력한 전원 요청이 있더라도 의료진은 환자의 현재 상태를 안정화시키고 안전하게 전원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전원 전 환자의 활력 징후가 불안정하다면 혈압을 올리는 약물 투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환자 상태를 안정시킨 후에 전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혈압이 방치될 경우 척수 신경 손상과 같은 1차 손상 후 발생하는 2차 손상(허혈, 혈류감소, 부종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