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피고 병원에서 희귀 암인 악성흑색종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사망하자, 환자의 배우자와 아들이 병원의 진단 지연, 부적절한 처치,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 음압 기계 적용에 대한 처치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이러한 과실이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부정했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환자와 유족의 자기결정권 상실에 대한 정신적 고통(위자료)은 인정하여 병원에 일부 배상 책임을 명령했습니다.
망인 F는 희귀 질환인 키엔벡 병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예상치 못하게 악성흑색종이 발병하여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병원 의료진이 초기 진단 과정에서 악성흑색종의 가능성을 간과하여 진단이 지연되었고,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시술(음압 기계 적용, 혈종제거술, 근막절개술)을 했으며, 수술 및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병원 측은 악성흑색종이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희귀 질환이었고, 환자의 암이 이미 전이된 상태였기에 의료진의 과실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며, 모든 처치는 적절했고 설명의무도 다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의료진의 악성흑색종 진단 지연 과실 및 부적절한 처치 과실 여부, 수술상 과실 여부, 음압 기계 사용, 항암 치료, 악성흑색종 제거 수술 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위자료)의 범위
피고는 원고 A에게 11,000,000원, 원고 B에게 7,000,000원 및 각 돈에 대하여 2019년 4월 25일부터 2025년 2월 19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9년 3월 21일경 망인의 병변 확대에 대해 악성흑색종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를 권유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진단상 과실과, 악성흑색종 환자에게 금기증인 음압 기계를 적용한 처치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음압 기계 사용, 항암 치료, 악성흑색종 제거 수술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의 악성흑색종이 병원 내원 당시 이미 말기였고 급격히 진행된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과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망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환자와 유족이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것에 대한 정신적 고통(위자료)은 인정하여 망인의 위자료 10,000,000원, 원고 A의 위자료 5,000,000원, 원고 B의 위자료 3,000,000원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진단상 과실, 처치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며 이 조항을 적용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물었습니다. 특히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로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2003다3822 판결 등 참조). 의사의 주의의무: 진단상 주의의무: 의사는 진료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를 발견하면 그 질환의 발생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하고 권유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3다13208, 1321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9년 3월 21일경 망인의 병변이 급격히 확대된 사실을 보고 악성흑색종 가능성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를 권유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처치상 주의의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에 적합한 처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악성흑색종 환자에게 금기증인 음압 기계를 적용한 것이 부적절한 처치로 인정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 증상, 치료 방법, 예상 위험 및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5다6851 판결 참조). 설명의무는 희소한 위험이라도 전형적이거나 중대한 경우 설명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음압 기계 사용, 항암 치료, 악성흑색종 제거 수술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의 범위: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의료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경우, 과실이 손해 발생의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3다219427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미 말기암이었으므로 과실이 없었더라도 사망 시기를 지연시켰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고통(위자료)을 배상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3다29666 판결 참조). 이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망 등 결과 발생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이 아니라 자기결정권 상실에 대한 위자료로 한정됩니다.
의료진의 진단이 지연되거나 처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된 의무 기록과 검사 결과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희귀하거나 진단이 어려운 질병이라 할지라도, 병변의 급격한 변화 등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의료진은 악성 종양 등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검사 및 조치를 권유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침습적 의료 행위(수술, 특수 치료, 항암 치료 등)를 시행하기 전에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합병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환자나 보호자는 설명을 들었다는 서면 동의서를 정확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음압 기계 사용, 항암치료와 같이 부작용이 크거나 환자에게 중요한 선택을 요구하는 치료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의료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의료 과실과 환자의 중대한 결과(사망 등)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진료상 과실이 명백하거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해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서류만으로는 구체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개별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