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심정지 미조치 의료진 불성실 진료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

J병원에 입원해 폐렴 치료를 받던 환자가 새벽에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으나, 당직 의사가 아무런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왜 나를 불렀냐'고 말한 뒤 병실을 떠났습니다. 결국 간호사가 다시 연락해 사망선고를 받았고, 이에 환자의 딸들이 의료진의 불성실한 진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당직 의사의 행위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당직 의사와 병원 운영자에게 공동으로 망인의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망인 K의 세 딸이자 유일한 상속인들)
• 피고들: F (J병원을 운영하는 자), G (J병원에서 당직 의사로 근무했던 자)

분쟁 상황

망인 K(남성, <생년월일>생)는 폐암 치료 후 2021년 6월 초 발열과 기침 증세로 폐렴 진단을 받고 2021년 6월 10일 J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초기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6월 19일부터 다시 발열 증세가 나타나고 6월 21일에는 폐렴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2021년 6월 22일 새벽 01시 30분경 오한 증세로 해열진통제를 투여받았고, 03시경 간헐적인 기침이 확인되었습니다. 같은 날 05시 25분경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망인이 호흡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알렸고, 간호사는 망인이 심정지 상태임을 확인했습니다. 간호사 N는 05시 30분경 당직 의사인 피고 G에게 연락했지만, 피고 G은 병실에 와서 간호사에게 주치의에게 연락했는지 묻고 연락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듣자 '그럼 왜 나한테 연락을 했냐'고 말한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병실을 나갔습니다. 이후 간호사는 05시 48분경 원고 A의 남편에게 '망인이 심정지 상태이니 병원에 와달라'고 전했고, 06시 08분경 피고 G에게 다시 연락하여 사망선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피고 G은 '2021년 6월 22일 05시 45분'에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습니다. 망인의 딸들인 원고들은 피고들의 불성실한 진료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의료진이 아무런 응급조치 없이 병실을 떠난 행위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6월 22일부터 2023년 5월 25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2/3, 피고들이 1/3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 G의 불성실한 진료 행위가 일반적인 기대를 벗어나 매우 심각한 수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직 의사인 피고 G과 그의 고용주인 병원 운영자 피고 F은 공동으로 망인의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총 위자료 중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9,000,000원으로, 각 원고에 대한 위자료는 2,000,000원으로 산정되어, 원고들 각자는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3,000,000원(9,000,000원 × 1/3)과 자신들의 위자료 2,000,000원을 합산한 5,000,000원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진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진은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환자의 기대에 반하여 치료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불법행위 성립 및 손해배상 (민법 제750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환자에게 나쁜 결과(악결과)가 발생했으나 그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아 참기 어려울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였다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성립합니다. 이 경우, 그로 인해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3.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어떤 사람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는 사용자(여기서는 병원 운영자 F)는 피용자(여기서는 당직 의사 G)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F은 피고 G의 사용자로서 피고 G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발생합니다.
4.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및 응급의료 의무: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원에서 심장정지가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 유보에 대한 사전 결정(예: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 없다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심폐소생술 중단 결정은 의료인의 판단에 따르지만,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정해진 근거와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목격된 심정지 인지 여부, 심폐소생술 시행 시간, 동반 질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5. 사망 확인 및 조치 의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시반이나 사후강직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징후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한, 심폐소생술 거부에 대한 사전 동의가 없다면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기관 삽관을 통한 산소 공급, 약물 투여 등 필요한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명확한 의학적 판단하에 심폐소생술을 중단할 수 있으나, 사망에 이르면 사망선고 및 가족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참고 사항

1. 응급상황 시 의료진의 의무: 환자에게 심장정지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은 사전 연명의료계획(심폐소생술 유보에 대한 사전의사결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최선의 응급조치를 지체 없이 시작해야 합니다.
2. 심폐소생술 중단 결정: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할 경우에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하며, 환자가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이유를 진료기록에 상세히 남기고 환자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3. 불성실 진료의 판단 기준: 의료진의 행위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아 수인(受忍)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였다고 평가된다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사용자 책임: 병원 운영자는 고용된 의료인(의사, 간호사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로서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5. 위자료 산정 요소: 위자료 액수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그로 인해 환자 및 가족이 느꼈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 기존 질병으로 인한 환자의 당시 상태, 환자의 나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6. 의료 기록 확보 및 소통: 의료 사고가 의심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의료진과의 소통을 통해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