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환자가 병원에서 심장 시술을 받던 중 급성 악화 및 합병증을 겪게 되자, 병원은 미납 진료비 청구를 하였고 환자 측은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시술 동의 과정에서 시연회 참여와 집도의 변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여 병원에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환자에게는 미납 진료비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피고 B는 2015년 3월 가슴 통증으로 D병원에 내원하여 4월 8일 심혈관조영촬영 검사 결과 관상동맥 협착이 발견되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2015년 4월 27일 피고 B는 입원했고, 피고 C는 B의 자녀로서 진료비 4,000만 원 한도의 연대보증서에 서명했습니다. 2015년 4월 29일 피고 B는 'E 학술대회'의 'F 시연회'에 참여하여 학술대회에 생중계되는 방식으로 외국인 의사로부터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도중 관상동맥 내 혈전이 발생하여 심박동이 정지하는 등의 위급 상황이 발생했고, 심장마사지, 체외막산소공급 등의 응급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및 체외막산소공급 치료를 받았고, 뇌파검사에서 저산소상 허혈성 손상 소견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15년 10월 21일에는 말기 신질환으로 신장장애 2급 진단을 받고 주 3회 혈액투석을 받게 되었습니다. 2017년 12월 4일 병원은 미납된 진료비 53,493,306원과 병실 인도를 요구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2018년 9월 29일 퇴원했으며, 미납된 진료비는 53,493,306원이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병원의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반소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심정지 및 신장 기능 악화가 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때문인지, 병원이 시술 전 'F 시연회' 참여 및 외국인 의사 집도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그리고 그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떤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환자가 병원에 미납 진료비를 지급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재단법인 A(병원)의 본소 청구 중 피고 B에게 미지급 진료비 53,493,30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피고 C에게는 B와 연대하여 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피고들(환자 측)의 반소 청구에 대해서는 재단법인 A가 피고 B에게 30,000,000원, 피고 C에게 8,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본소 및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1/5은 병원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심정지 및 신장 기능 악화가 의료 과실 때문이라는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병원 의료진이 시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연회 참여와 외국인 의사 집도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를 환자 측에 지급해야 하고, 환자 측은 미납된 진료비를 병원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병원(재단법인 A)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졌습니다.
의료행위 시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법원은 피고 B의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심정지와 신장 기능 악화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설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병원이 시연회 참여와 외국인 의사 집도라는 중요한 사항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아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의료 시술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시술 내용, 집도의, 시술이 일반적인 치료 목적인지 아니면 학술대회 시연 등 특수한 목적인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시술 목적이나 집도의가 변경될 경우, 반드시 그 변경 사실과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받고 다시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연회나 공개 시술에 참여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위험이나 환자 정보 노출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환자의 법정대리인이나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하는 경우, 그 책임 범위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연대보증은 주채무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되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의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 과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 과실 여부는 당시의 의료 수준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최선의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은 의료 행위의 결과와 별개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책임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어떤 시술을 받을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