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주식회사 A는 서울 구로구 H동 일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건축물 설계용역 계약을 B 통합주민대표회와 체결하고 B에 9천만원을 대여하였습니다. 이후 B가 C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통합되자 A는 B, C 및 B의 공동위원장이었던 D, E에게 설계용역대금 및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는 B에게 설계도면을 제공했으므로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고, B와 C의 통합으로 계약이 해지되었으니 기성 부분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C가 B의 대여금 채무를 인수했으며, D와 E가 사업 진행 상황을 기망하여 손해를 입혔으므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건축심의에 필요한 설계도면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고, 계약 해지도 인정되지 않으며, C가 대여금 채무를 인수했다고 볼 수 없고 인수 조건도 성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D, E의 기망 행위도 인정되지 않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 통합주민대표회와 서울 구로구 J 일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주택 등 거주 구역 건축물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총 73억 9천 2백만원의 용역대금 중 40%는 '금융기관, 공동사업시행자, 시공자 등으로부터 자금 차입이 이루어져 피고 B에 자금이 입금되면 7일 이내에 일괄 지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2017년 8월 23일 피고 B에 이자 및 변제기 정함 없이 9천만원을 대여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피고 C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로 통합되었고, C는 B의 차입금 정산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 C가 설계용역대금과 대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피고 D와 E가 사업의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원고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대여금을 받게 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과 같이 원고의 모든 청구가 이유 없어 기각되었으며,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B 통합주민대표회에 건축심의 신청에 필요한 설계도면을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되었거나 파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 B에 대한 용역대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C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피고 B의 대여금 채무를 인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채무 인수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인가 발급'이라는 정지조건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피고 C에 대한 대여금 반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피고 D, E가 이 사건 계약 체결 및 대여금 차용 당시 원고를 묵시적으로 기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여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또한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상 의무 이행 및 대금 지급 조건: 설계용역 계약에서 '건축심의 완료 시까지의 대금 40%는 자금 차입 시 지급'이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법원은 원고가 건축심의에 필요한 설계도면을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그 설계도면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대금 청구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당사자들이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그 이행이 특정 조건의 성취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계약 해지 또는 파기 인정 기준: 법인은 자연인과 달리 '사망'에 해당하는 '합병'이 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당사자들이 '차입금 정산 시 계약 해지'라는 정지조건부 합의를 한 경우, 해당 조건이 성취되기 전까지는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계약이 해지되거나 파기되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해지 사유나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채무 인수 약정의 해석 및 조건 성취: 추진위원회와 같은 단체가 다른 단체의 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경우, 그 약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조건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업시행인가 발급'과 같은 정지조건이 붙은 경우,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채무 인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채무 정산 계획을 수립하거나 관련 서류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채무 인수 의사 표시로 보기 어렵습니다.
계약 당사자의 고지의무 및 기망 행위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2020. 3. 27. 선고 2019다293791)에 따르면, 계약 일방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계약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해당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당연히 알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기망 행위가 인정되려면 기망 의도, 행위, 상대방의 착오, 착오로 인한 계약 체결 및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원고가 스스로 사업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한 정황이 있었다면,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이나 기망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의 명확화: 용역대금 지급 시기나 조건이 '자금 차입 시', '인가 시' 등 불확실한 요소에 달려 있다면, 이를 계약서에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자금 차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을 의미하는지 등을 상세히 정해야 합니다.
용역 수행 증빙 자료 확보: 설계도면 등 용역 성과물을 제공할 때는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게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수령 확인을 받는 등 증빙 자료를 철저히 남겨야 합니다. 언제 어떤 내용의 결과물을 제공했는지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 주체 통합 시 채무 관계 명확히 정리: 주민대표회나 추진위원회와 같은 단체가 통합될 경우, 기존 계약 및 채무 관계가 어떻게 승계되는지, 어떤 조건으로 승계되는지를 통합 주체와 명확히 합의하고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특히 '정지조건부' 채무 인수인 경우, 조건 성취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체 검증: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같이 인가나 승인 절차, 주민 동의 등 여러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사업에 참여할 때는 해당 사업의 진행 상황, 주체들의 재정 상태, 경쟁 단체의 존재 여부 및 그 활동 등을 계약 체결 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불법행위 주장의 신중한 접근: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주장하려면 피고의 기망 행위, 즉 고의로 불리한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실, 그로 인해 원고가 착오에 빠져 손해를 입게 된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예측과 달랐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