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현금 1,000만 원 중 일부를 현금수거책 C으로부터 전달받아 중국 계좌로 송금한 혐의(사기 공동정범)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현금전달 및 환전책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식하고 가담했다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1년 1월 4일,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피해자 D에게 전화를 걸어 '막내딸이 친구의 사채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잠적하여 딸을 데리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딸을 사칭하여 '친구가 도망갔으니 아빠가 대신 돈을 갚아달라'고 속였고, 피해자는 은행에서 현금 1,000만 원을 찾아 현금수거책 C에게 전달했습니다. 현금수거책 C은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피해금 중 일부를 전달했고, 피고인 A는 성명불상 조직원 B의 지시에 따라 이 돈을 불상의 환전소를 통해 중국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 모든 과정에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현금전달책 및 환전책으로서 공모하여 피해자로부터 1,000만 원을 편취했다고 판단하고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B에게서 '코인 돈'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뿐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일원으로서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지하고 공동정범의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였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조직의 현금전달책 및 환전책으로서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은 전달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고의를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단에 따르면 피고인이 약 10년간 연락 없던 B로부터 갑자기 현금 환전을 부탁받은 점, '코인 돈'이라는 모호한 설명을 들은 점, B가 C으로 하여금 직접 송금하지 않고 피고인을 거쳐 환전하도록 한 점, 피해 금액과 피고인이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금액의 차이, 현금 전달 시 CCTV를 피한 듯한 정황, 환전소나 B의 연락처를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 여러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간접적인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그 특정 범죄에 공동으로 가담하려는 의사, 즉 '공동가공의 의사'를 가졌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법관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점조직 운영 특수성 때문에 유죄 인정 기준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른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형사법상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과 '범죄의 증명'이라는 핵심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1.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공동으로 죄를 범한다'는 것은 단순히 여러 명이 함께 행동했다는 것을 넘어,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 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사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A가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그 특정 범죄 행위를 하기 위한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하여 환전 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모종의 불법성을 의심했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화금융사기'라는 특정 범죄에 대한 고의나 가담 의사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2.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형사소송법 제325조는 피고 사건에 대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In dubio pro reo)에 따른 것으로,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그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공동정범임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어 범죄 증명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이유로 유죄 인정의 기준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심스러운 금전 거래 제안을 받았다면 아래 사항들을 참고하여 피해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출처나 목적이 불분명한 현금, 특히 고액의 현금을 전달하거나 환전, 송금해달라는 요청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연락이 없던 지인이나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현금 거래 제안을 받는다면 일단 범죄 관련성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코인 돈'과 같이 모호한 설명을 사용하며 현금 환전이나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그 돈의 실제 출처와 사용 목적을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본인이 의도치 않게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된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문의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현금 전달 과정에서 CCTV 등 기록이 남지 않는 장소로 이동하거나 특정 행위를 요구한다면 이는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일 수 있으므로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