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이 사건은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분쟁을 겪던 아랫집 거주자가 'NO층간소음NO'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베란다에 게시하자 윗집 거주자가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비록 현수막에 구체적인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윗집 거주자가 층간소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고 판단하여, 아랫집 거주자에게 위자료 5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아파트 D호에 거주하고, 피고 B는 원고의 바로 아래층인 E호에 거주하는 이웃입니다. 피고는 원고 거주지에서 발생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소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서울특별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하는 등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원고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쟁 과정에서 피고는 2022년 3월 18일부터 2022년 4월 20일까지 자신의 베란다 창에 'NO층간소음NO'라는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현수막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고를 형사 고소했으나 검찰은 현수막이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원고의 성명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9,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층간소음 항의를 위해 'NO층간소음NO' 현수막을 게시한 행위가 비록 특정인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형사상 불기소처분을 받았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나머지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게시한 'NO층간소음NO' 현수막의 문구 자체는 의견 표명에 해당하지만, 층간소음 분쟁 경위와 이웃들이 윗집 거주자를 층간소음 유발자로 쉽게 추단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층간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공동주택 규범을 어기고 인접 세대에 고통을 주는 부정적 의미의 사실 적시로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상 불기소처분과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현수막 게시 기간과 문구, 분쟁 경위, 명예 침해 정도, 피고 또한 소음 피해를 입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500,000원으로 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층간소음 현수막 게시로 인한 명예훼손 역시 이러한 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 명예훼손의 성립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참조) 명예훼손은 공연히(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명성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에 비추어 그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NO층간소음NO' 문구 자체가 층간소음 항의와 주의 촉구 의견이지만, 층간소음 분쟁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윗집 거주자가 층간소음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묵시적으로 드러나 명예훼손으로 판단했습니다.
3. 피해자 특정 요건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성명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라도 표현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현수막에 원고의 이름이 없었더라도, 위아래 세대 간 층간소음 분쟁이 빈번하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소음 피해를 호소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웃 주민들이 윗집인 원고를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보아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4.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의 별개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참조)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는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원고가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분쟁 시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합니다. 비록 현수막이나 게시물에 특정인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주변 정황상 누구를 지목하는지 공동주택 주민들이 쉽게 알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사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으로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은 이웃 간의 공동생활 규범을 어기는 부정적인 행위로 여겨지므로, 이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식적인 중재 기관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