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임신 27주 5일에 태어난 미숙아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후, 보호자들이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아이에게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을 상대로 약 13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보호자들은 의료진이 급성 출혈 시 즉시 수술하지 않고, 출혈이 멈춘 후에도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하지 않았으며, 태아 폐 성숙을 돕는 스테로이드 투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당시 처치는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과 아이의 뇌성마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건의 산모 C는 임신 22주 3일경부터 조산 위험으로 피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2016년 1월 29일 임신 27주 5일째 되던 날, 새벽 1시 30분경부터 질출혈과 자궁수축을 겪었고, 의료진은 자궁수축억제제 투여 및 수혈 시도 등 조치를 취했습니다. 새벽 3시 25분경 출혈이 호전되자 병동으로 옮겨 관찰했으며, 오전 8시경 의료진은 산모와 보호자에게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 오전 10시 30분경 수술을 시행하여 원고를 출산했습니다. 원고는 출생 당시 1.245kg의 저체중으로 폐출혈, 뇌실내출혈, 뇌성마비 등을 진단받고 현재 뇌병변 1급 상태입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대량 출혈 당시 즉시 수술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했으며, 출혈이 멎은 후에는 임신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었음에도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고, 태아 폐 성숙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투여를 소홀히 한 것이 원고의 뇌손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산모에게 급성 출혈이 발생했을 때 즉시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 △출혈이 멈춘 후에도 임신 기간 연장을 위한 보존적 치료를 더 시도하지 않고 성급하게 수술을 시행한 과실, △태아의 폐 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 구제요법을 적절히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이 원고의 뇌손상 및 뇌성마비 진단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의료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당시 환자의 상태, 의료 수준, 의료진의 지식 및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과 원고의 뇌성마비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아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의료 행위의 특수성과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핵심 법리는 의료인의 '진료상의 주의의무'와 '인과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법원은 의사가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상태, 당시의 의료 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자유롭게 판단하여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봅니다. 즉,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산모가 대량 출혈 후 상태가 안정되었더라도 이미 장기간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하고 있었고 수혈 부작용까지 겪은 상황에서, 임신 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분만을 결정한 의료진의 판단이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태아의 폐 성숙을 돕는 스테로이드 투여 역시 당시 가이드라인상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재량권을 인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의 현재 뇌성마비 상태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는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조산과 관련된 복합적인 상황에서는 의학적 판단의 재량권이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당시의 의료 수준과 환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서 의료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정확한 기록,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의료진의 과실이 명백하고 그 과실이 환자의 상태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쳤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산아의 경우 출생 시 체중이나 임신 주수에 따라 사망 위험 및 중증 신생아 이환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사실 또한 판단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인력 배치 상황, 특정 시점의 응급 대응 능력 등도 의료진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는지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