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이 사건은 신발 제조 및 판매업체인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F에게 J 운동화 판매 대금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주식회사 J에게 지급했던 선급금 반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할 것을 주장하며 오히려 원고에게 남은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반소를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식회사 J의 사업을 사실상 승계했으므로, 피고가 주식회사 J에 지급했던 선급금 반환 채무를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1억 6백여만 원의 선급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F는 2013년 10월경부터 주식회사 J로부터 'J 운동화'를 공급받아 온라인으로 위탁 판매했으며, 선급금을 미리 지급하고 판매대금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선급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거래했습니다. 2016년 2월 19일 기준으로 피고의 선급금 잔액은 202,087,122원이었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J는 주식회사 L의 투자로 2016년 3월 23일 원고 주식회사 A를 설립하고, 주식회사 J의 모든 자산과 가맹점, 온라인 판매 관련 입금 계좌 등을 원고 명의로 변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5월부터 10월까지 피고에게 'J 운동화'를 계속 공급했고, 피고는 총 판매대금 142,186,586원 중 34,991,275원만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9월 30일 주식회사 J의 대표 K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피고를 포함한 위탁 판매업체들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J 제품 영업 종료' 및 '창고형 할인매장 S를 통한 판매'를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공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미지급 판매대금 64,539,335원을 요구했고, 피고는 원고의 폐업 선언으로 계약이 해지되었다며, 원고가 주식회사 J의 채무를 인수한 자로서 남은 선급금 170,700,812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계 및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주식회사 A가 기존 회사인 주식회사 J의 채무, 특히 피고 F가 지급한 선급금 반환 채무를 승계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가 피고에게 주장하는 미지급 판매대금 채권과 피고가 원고에게 주장하는 선급금 반환 채권을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주식회사 J의 폐업 공지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발 공급 계약 해지 사유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기존 주식회사 J의 영업을 인수하면서 기존 위탁판매계약 및 이에 따른 선급금 반환 채무를 승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판매대금 지급을 요구한 본소는 기각되고, 피고가 주장한 선급금 반환 채권과 상계 처리된 후 남은 금액 106,161,477원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라는 반소 청구가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회사가 기존 회사의 자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함께 승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채무인수 및 영업양도와 유사한 상황에서의 기존 채무 승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주식회사 J의 위탁판매계약을 그대로 승계하고 그 계약상의 채무인 선급금 반환 채무 또한 인수하기로 약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기존의 거래 방식을 유지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선급금 반환을 보장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사실상 주식회사 J의 영업을 양수하고 기존 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한 행위가 판매 계약을 해지하는 원고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상법 제42조(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나 민법상의 채무인수 법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상계 주장을 통해 원고의 미지급 판매대금 채권과 피고의 선급금 반환 채권을 대등액에서 소멸시킨 것입니다. 여기서 상계란 서로 대립하는 채권을 가진 두 사람이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그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회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 사업을 양수도할 때는 계약 관계의 승계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거래처와의 선급금이나 보증금 등 채무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자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사업 방식과 동일하게 거래를 계속하고, 기존 채무에 대한 언급이나 보증을 했다면 새로운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의 채무를 승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종료하거나 중요한 계약 관계에 변동이 생길 경우, 관련 거래처에 공식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고지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일방적인 인터넷 공지만으로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적법한 고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변경되거나 사업 양수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 관계에 대해 불분명한 점이 있다면, 거래를 지속하기 전에 명확한 합의서나 계약서를 작성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