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주식회사 A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권 및 석유제품 공급 정유사 선정 권한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본소 청구를 제기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시설물 명도를 요구하는 반소 청구를 제기한 사건입니다.
주요 쟁점은 한국도로공사가 이전 소송에서 상고를 포기하여 판결을 확정시킨 행위가 약정 위반이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주유소 유류 공급사 선정권을 가지는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상고 포기 행위가 약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고속도로 주유소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도로공사의 유류 공급사 선정권 행사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한국도로공사의 반소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한국도로공사와 체결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권 임대차 계약에 따라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계약에 근거하여 주유소의 시설물 사용권과 함께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정유사를 선정할 권한 등 주유소 운영 전반에 걸친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본소(주유소운영권등 확인)를 제기했습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주식회사 A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음을 주장하며, 주유소 시설물의 명도를 요구하는 반소(시설물 명도)를 제기했습니다.
이 분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과거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본안 소송에서 피고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상고를 포기하여 판결을 확정시켰는데, 이로 인해 원고가 보조참가인으로서 상고할 기회를 잃게 된 것이 적법한지, 그리고 원고와 피고가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한 약정의 효력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 공급사를 선정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A의 본소 청구(주유소운영권 등 확인)는 기각되었고, 피고 한국도로공사의 반소 청구(시설물 명도)는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상고 포기 행위의 적법성 및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 원고와 피고가 본안 소송의 확정판결 결과에 따르기로 한 약정은 반드시 상고심까지 진행되어야만 확정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가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고 상고를 포기했다고 하여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의도적으로 패소를 유도하거나 원고의 상고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단순히 상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약정의 효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2. 유류 공급사 선정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고속도로 주유소는 그 특성상 소비자들이 유류를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가 제약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유류 공급사 배분을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유류 공급사 선정권을 보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고속도로 노선별, 행선지별로 특정 공급사의 중복 배치를 피하는 등 전체적인 유류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해당 형사 판결이 한국도로공사의 공급사 선정권 자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명백히 판시한 것이 아니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이 그 형사 판결과 배치되어 효력이 없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信義)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상고를 포기한 행위가 원고와의 약정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의도적으로 원고에게 불리하게 상고를 포기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한, 단순히 상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약정의 효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 및 판결 확정: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는 타인의 소송을 돕기 위해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보조참가인은 피참가인을 보조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지만, 피참가인의 소송행위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판결에서 보듯이 주된 당사자가 상고를 포기하면 보조참가인은 독자적으로 상고할 수 없게 되어 판결이 확정됩니다. '확정판결'은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최종적인 법적 판단력을 가지며, 당사자들은 그 결과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합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 공급사 선정권을 갖는 것이 이 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고속도로 주유소의 특수성(소비자 유류 선택 기회 제약 우려)을 고려할 때, 피고의 공급사 선정권이 소비자 선택권 보장 및 합리적인 유류 공급사 배분 결정을 위한 것으로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특정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시장의 특성과 행위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