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재정난을 겪던 재단법인 A는 병원 내 장례식장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정관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현재 서울특별시장으로 피고 경정)은 주민들의 민원 발생 우려와 재단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 A는 거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무관청의 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정관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재단법인 A는 1992년 의료시설 확충 및 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입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등으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여 병원 신축 공사를 중단했고 2010년에는 파산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이후 회생 절차를 통해 재기하는 과정에서, 재정 상태 개선을 위해 병원 지하 1층에 장례식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상조회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인근 주민들은 2017년부터 장례식장 설치를 반대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재단법인 A는 2018년 병원 개설 허가를 받았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업 이외 사업(장례식장 등)을 할 경우 사전에 정관변경 허가를 득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후 재단법인 A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정관에 장례식장 운영을 추가하는 내용의 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주민 민원 및 설립 목적 불부합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 A는 중앙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행정권한 위임에 따라 피고가 보건복지부장관에서 서울시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단법인 정관변경 허가에 붙여진 '장례식장 운영 시 사전 허가 득할 것'이라는 조건이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주무관청이 정관변경을 거부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 주민 민원 발생 우려, 재단 설립 목적 불부합, 그리고 상조회사의 운영 개입 가능성 등의 거부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보건복지부장관(경정 후 서울특별시장)이 재단법인 A에 대하여 한 정관변경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재단법인의 정관 변경 허가가 주무관청의 재량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32조, 제42조 제2항, 제45조 (재단법인의 설립 및 정관 변경): 재단법인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되며, 정관 변경 시에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관 변경 허가가 주무관청의 공익적 관점에서의 재량 판단 여지가 있는 '재량행위'로 보았습니다. 행정소송법 제14조 제6항, 제13조 제1항 단서 (피고 경정): 행정처분과 관련된 권한이 다른 행정청에 승계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고를 변경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종전 피고에 대한 소송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고 새로운 피고에 대한 소송은 처음 소를 제기한 때에 제기된 것으로 봅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피고가 보건복지부장관에서 서울특별시장으로 경정되었습니다.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36조 제3항 제4호 나목: 주무관청의 권한 위임에 관한 규정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단법인 정관변경허가 권한이 서울특별시장으로 위임된 근거가 되었습니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9항, 제36조 제1호, 제49조 제1항 제4호, 제49조 제2항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의료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장례식장의 설치·운영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타인에게 임대 또는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장례식장 운영이 의료법상 부대사업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장례식장의 설치·운영 신고): 장례식장을 설치·운영하려는 자는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법원은 정관 변경 허가와 별개로 실제 장례식장 운영을 위해서는 이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행정행위의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존중하되, 그 재량권의 행사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 등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위배되거나 공익 판단을 현저히 그르친 경우에 위법하다고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민 민원, 설립 목적 불부합 등의 거부 사유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두3263 판결 (장례식장의 성격): 장례식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장례문화와 관련된 필수시설로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인용되어, 주민 민원만으로 정관변경을 거부하는 것의 부당성을 뒷받침했습니다.
비영리 재단법인의 정관 변경 허가는 주무관청의 재량에 속하지만, 그 재량권 행사가 공익적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합리적 사유 없이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장례식장은 사회의 필수 시설로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단순히 주민 민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설립 허가나 정관 변경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인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부대사업은 장기적인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는 설립 목적과 양립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정관 변경 허가는 사업 운영을 위한 첫 단계일 뿐이며, 실제 장례식장 운영을 위해서는 별도의 법령상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함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의 비공식적인 발언이나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현재의 행정 처분 적법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