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차명계좌 금융자산 소득세 징수 처분 취소 사건

은행 등 금융회사인 원고들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2017년에 발표한 행정해석에 따라 차명계좌의 금융자산을 ‘비실명자산’으로 보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높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징수 처분을 받았습니다. 피고인 과세관청은 이 행정해석을 근거로 원고들에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한 세액을 고지했으나, 원고들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외 3인):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로서, 고객들의 일부 계좌에 대한 고율의 소득세 원천징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구한 측
• 피고들 (종로세무서장 외 3인): 원고들에게 90%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한 소득세 징수 처분을 내린 과세관청

분쟁 상황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의 일부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높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징수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과세관청은 과거에 유연하게 해석되던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실명법 적용을 2017년 행정해석 변경을 통해 엄격하게 적용하고자 했으며, 실명확인을 거친 차명계좌 역시 금융실명법 제5조의 '비실명자산'에 해당하므로 차등과세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는 비실명자산이 아니며, 모든 차명계좌가 금융실명법상 비실명자산으로 규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이 충돌은 차명계좌의 세법상 분류와 과세 요건에 대한 금융실명법의 해석 범위에 대한 본질적인 법적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금융실명법 제5조에서 규정한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의 의미가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2. 금융실명법 제5조의 ‘실명’을 단순한 ‘실지명의(주민등록표상 명의 등)’로 볼 것인지, 아니면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입니다.
3. ‘거래자’의 구체적인 의미와, 금융기관과 실질 자금 출연자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없는 ‘단순 차명거래’ 역시 비실명자산으로 보아 차등과세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4. 실질 자금 출연자가 내국법인인 경우에도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90%)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5. 2017년 금융위원회의 행정해석 변경이 기존 법률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 확장 적용된 것이 아닌지 여부입니다.
6.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의 원칙’이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요건을 판단하는 데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들에게 내려진 소득세 징수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금융실명법 제5조의 ‘실명’을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 번째, ‘실명’을 ‘실지명의’의 약어로 해석하는 경우: 금융실명법 제5조는 무기명이나 가명 거래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경우, 계좌 명의인의 주민등록표상 명의, 사업자등록증상 명의 등 적법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된 계좌는 차등세율의 적용 대상인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 계좌들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계좌는 차등세율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실명’을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해석하는 경우:

1. ‘거래자’의 의미: 금융실명법상 ‘거래자’는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예금주’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자금을 출연한 자가 있다고 해서 그를 ‘거래자’로 볼 수는 없습니다.
2. ‘비실명자산’의 범위: 금융기관과 실질 자금 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 합치가 있는 ‘합의 차명거래’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거래자의 실지명의에 의하지 않은 거래’로서 비실명자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단순히 타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반환청구권이 예금명의자에게 귀속되는 ‘단순 차명거래’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하는 비실명거래로 볼 수 없습니다.
3. 이 사건 계좌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계좌들이 ‘합의 차명거래’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비실명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법인 출연자의 경우: 금융실명법 제5조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에 관한 특별규정이므로, 출연자가 내국법인인 경우 원천징수되는 법인세에는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인세는 종국적으로 산출세액에서 원천징수액이 공제되므로, 차등세율을 적용하더라도 법인세 부담이 가중되는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5. 행정해석 변경의 위법성: 2014년 금융실명법 개정은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지, 기존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 및 제5조의 의미를 확장하여 모든 차명거래를 비실명자산으로 규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므로, 2017년에 이루어진 행정해석 변경은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과세요건을 확장 해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6. 실질과세의 원칙 적용 한계: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은 궁극적인 소득의 귀속자를 찾아 과세하는 단계에서 적용될 수 있지만,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요건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단계에서 이 원칙을 근거로 과세요건을 임의로 확장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어떤 해석을 따르더라도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은 금융실명법 제5조의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들의 원천징수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적용되거나 논의된 법률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 (실명거래 의무)​

   • 내용: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실명)'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리 해설: 이 조항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규정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거래자'를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자산 환급청구권을 가지는 법률상 '예금주'로 해석했습니다. 즉, 단순히 자금을 출연한 자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로서의 예금명의인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5조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

   • 내용: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90으로 하며, 종합소득과세표준 계산에는 합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리 해설: 이 조항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의 해석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첫째, '실명'을 단순 '실지명의(주민등록표상 명의 등)'의 약어로 보면,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둘째, '실명'을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보면, '거래자'는 예금주를 의미하므로,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귀속시키기로 금융기관과 명확하게 합의한 '합의 차명거래'만이 차등과세 대상이 됩니다. 단순히 명의만 빌린 '단순 차명거래'는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3. 「소득세법」 제129조 제2항 (원천징수세율)​

   • 내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지명의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100분의 42를 원천징수세율로 하되, 금융실명법 제5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같은 조에서 정한 세율(90%)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리 해설: 이 조항은 실명이 확인되지 않는 소득에 대한 일반적인 고율 원천징수세율(42%)과, 금융실명법상 '비실명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의 더 높은 특례세율(90%)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 여부가 90% 세율 부과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4. 「법인세법」 제73조 제1항 (법인세 원천징수)​

   • 내용: 내국법인에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을 지급하는 자는 지급하는 금액의 100분의 14(비영업대금의 이익은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리 해설: 금융실명법 제5조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에 관한 특별규정이므로, 내국법인이 자금 출연자인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에는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법인세는 종국적으로 산출세액에서 원천징수액이 공제되는 구조이므로, 단순히 원천징수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비실명거래를 제재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5.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실질과세의 원칙)​

   • 내용: 과세 대상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법리 해설: 이 원칙은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공정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원칙이 소득의 궁극적인 귀속자를 찾아 과세하는 단계에서는 적용될 수 있지만, 금융실명법 제5조와 같은 특정한 과세요건(비실명자산)의 범위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조세법률주의'와 '엄격해석의 원칙'에 따라 함부로 확장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실명'의 의미와 차등과세 적용 여부: 금융실명법에서 말하는 '실명'은 기본적으로 계좌 명의인의 주민등록표상 명의, 사업자등록증상 명의 등 적법한 '실지명의'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된 계좌는 일반적으로 차등세율(90%) 적용 대상인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차명계좌의 종류와 규제: 모든 차명계좌가 금융실명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 ‘비실명자산’인 것은 아닙니다. 예금주의 이름으로 실명확인을 하고 개설되어 법적 예금주가 명의인 본인인 ‘단순 차명거래’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하는 비실명거래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금융기관과 실질 자금 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를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기로 명확하게 합의한 ‘합의 차명거래’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비실명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법인 자금의 차명계좌: 실질 자금 출연자가 내국법인인 경우, 금융실명법 제5조는 ‘소득세’ 원천징수세율에 관한 규정이므로, 법인세 원천징수에는 90%의 차등세율이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4. 행정해석의 변경과 법적 효력: 과세관청의 행정해석이 변경되었더라도, 법률의 명확한 개정 없이 기존 과세요건을 확장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5.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 한계: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은 궁극적인 소득 귀속자를 찾아 과세하는 데는 적용될 수 있지만,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요건을 법률 문언의 범위를 넘어 확장 해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