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근로자 A는 회사 B가 요구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합리하여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회사 B는 A를 해고했고, A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해고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1심 판결을 변경하여 항소심 법원은 해당 비밀유지 서약서가 무효이며, 이를 거부한 것을 이유로 한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회사 B는 근로자 A에게 미지급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근로자 A는 회사 B에 고용되어 요양원 건립 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회사 B는 A에게 영업비밀 보호를 명분으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서약서는 '피고 등'의 동의 없이 기술을 이용한 창업이나 전직 금지, 업무상 알게 된 영업 정보 및 기술의 제3자 제공 금지 등을 내용으로 포함했습니다. 그러나 A는 서약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퇴사 후 10년간의 장기 제한, 25억 원의 과도한 손해배상액 규정 등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회사 B는 A의 서명 거부를 이유로 A를 해고하였고, A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요구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가 민법상 유효한가? 유효하지 않다면, 해당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것이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가? 부당해고로 인정될 경우, 회사는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 주식회사 B가 2019년 3월 21일 원고 A에게 행한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27,673,972원 및 이에 대해 2019년 12월 19일부터 2021년 12월 21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95%는 피고가, 5%는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요구한 비밀유지 서약서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서약서에 규정된 '비밀정보'의 내용 및 범위, 그리고 경업이 금지되는 '관련 업종'이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었습니다. 둘째, 1년에 불과한 근로계약 기간에 비해 퇴사 후 10년이라는 지나치게 장기간의 의무를 부과하고, 2017년 6월 1일로 소급하여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등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했습니다. 셋째, 서약서 위반 시 25억 원이라는 과도한 손해배상액과 함께 급여 및 수당 전액 반환을 규정했는데, 이는 근로자의 연봉(3천만 원)과 비교해 지나치게 과다하고 그 산정 방식도 불명확했습니다. 넷째, 원고에게 제3자의 손해까지 배상하도록 한 조항은 합리적인 필요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섯째, 피고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중 일부는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였습니다. 여섯째, 원고는 이미 근로계약서상 비밀준수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관련 회사들에 대한 과도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의무를 추가로 부담시킬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무효인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근로관계를 존속시킬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는 무효이며 회사는 미지급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의 징벌을 하지 못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 A가 과도한 비밀유지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것을 해고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서면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고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과도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의무, 불합리하게 높은 손해배상액을 규정한 비밀유지 서약서가 사회 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4. 민법 제661조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등) 고용계약에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득이한 사유'는 고용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하며, 당사자 간의 특별한 신뢰관계가 파괴된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참조).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근로자의 서약서 서명 거부가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의 금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합니다. 이 사건의 비밀유지 서약서에 포함된 과도한 손해배상액 규정은 이 조항의 취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습니다.
6. 해고 기간 중의 임금 지급 및 중간수입 공제 원칙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해고되어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근로자가 해고 기간 중에 다른 곳에서 소득을 얻었다면, 그 소득(중간수입)은 임금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한도 내에서는 중간수입을 공제할 수 없고, 그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금액 범위에서만 공제가 가능합니다(대법원 1991. 12. 13. 선고 90다18999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는 중간수입이 임금액의 30%보다 적었으므로 전액 공제되었습니다.
고용주가 제시하는 비밀유지 또는 경업금지 서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법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