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B공사로부터 임대아파트 시설물 보수공사를 수주했으나, 감사원 감사 결과 해당 공사를 불법으로 일괄하도급했다는 이유로 B공사로부터 12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처분에 대해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를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B공사가 처분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청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청문 절차로 갈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12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취소되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3년 B공사와 'E 임대아파트 시설물 보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7년 감사원의 공공부문 불공정 관행 점검 결과, 원고가 이 공사를 주식회사 F와 G 주식회사에 일괄하도급하여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B공사는 2018년 9월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할 예정임을 안내했고, 같은 해 11월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한 후 12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에 대해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와 일괄하도급을 하지 않았다는 실체적 주장을 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공사가 원고 A 주식회사에게 12개월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내릴 때 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정한 '청문'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청문 절차로 대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처분 사전 통지가 행정절차법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B공사가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시, 구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의2에 따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청문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와 청문 절차는 그 목적과 기능이 다르므로 별개의 절차로 보아야 하며, 심의 절차만으로는 청문 절차를 갈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처분 사전 통지가 행정절차법에서 요구하는 처분 원인 사실, 내용, 법적 근거 등의 명시 요건과 통지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여 원고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를 보장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여 처분의 실체적 위법성 여부를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행정청이 개인이나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을 할 때, 다른 법령에서 '청문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행정청은 반드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구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의2는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청문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피고 B공사는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전에 의무적으로 청문을 실시했어야 합니다. 청문은 당사자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의 원인에 대해 변명하고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줌으로써, 위법한 처분을 막고 처분의 신중함과 적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만약 이 필수적인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해당 처분은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구 지방계약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설치되는 계약심의위원회는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계약 관련 사항의 적절성과 적법성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그러나 이 심의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가 의무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구 행정절차법 제2조 제5호에서 정의하는 '청문'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로,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중점을 둡니다. 법원은 이 두 절차가 그 목적과 성격, 보장하는 권리가 다르므로 별개의 필수적인 절차로 보아야 하며,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만으로 청문 절차를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청문 절차를 통해 당사자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의견이 계약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행정청은 불이익한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 처분의 내용, 그리고 관련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통지해야 하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기한 등을 알려야 합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또한, 청문이 시작되는 날부터 최소 10일 전까지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하는 기간 규정도 있습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항). 본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사전 통지들은 처분 원인 사실이 불분명하거나,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의견 제출 방법 등이 명시되지 않아 적법한 사전 통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더불어, 계약심의위원회 개최 불과 3일 전에 통지가 이루어져 통지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고, 원고가 충분히 의견을 준비하고 방어할 기회를 보장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건설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건설업자에게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공사의 책임 시공을 보장하고 하도급 관계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이 규정을 위반하여 일괄하도급을 했다는 이유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실체적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처분 시 절차적 적법성 확인: 공공기관으로부터 영업정지,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과 같은 불이익한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해당 처분이 법령이 정한 적법한 절차(예: 청문, 공청회 등)를 거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법령에 청문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다면 이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단순히 의견 청취에 그치지 않고 행정절차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전 통지의 중요성: 행정기관의 불이익한 처분 사전 통지는 처분의 원인 사실, 내용, 법적 근거, 의견 제출 방법 및 기한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통지 기한이 촉박하여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청문과 심의의 구분: 법령상 청문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면, 이는 별도의 심의 절차(예: 계약심의위원회 심의)와 구분되어 진행되어야 합니다. 두 절차는 그 목적과 보장하는 권리가 다를 수 있으므로, 행정기관이 특정 심의를 청문으로 갈음하려 한다면 그 적법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하도급 계약의 적법성 유지: 건설 공사 하도급 시에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의 하도급 제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불법 하도급은 부정당업자 제재 등 중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상 법령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계약을 이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