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교통범죄 · 행정
원고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도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건으로, 원고는 사고 인지 여부와 처분의 가혹함을 주장하며 취소 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면허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는 2022년 5월 23일 오후 4시 50분경 부산 동구 B에 있는 ‘C’ 앞 횡단보도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보행 중인 피해자를 들이받아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게 한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습니다. 이에 피고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은 2022년 10월 11일 원고에게 위와 같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필요한 조치를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22년 12월 20일 기각되자, 다시 법원에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는지 여부와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차량 앞부분으로 피해자를 충격하였으므로 사고 사실을 인식하기 용이한 상황이었던 점,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차량과 부딪힌 후 운전석 쪽에서 원고를 쳐다보는 장면이 확인된 점, 피해자도 사고 직후 운전자가 자신을 본 것 같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 처분 기준에 부합하며, 원고의 과실이 중하고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원고의 개인적 불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이 원고에게 내린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이 사건은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6호와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후 미조치 행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제93조 제1항 제6호는 이러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 기준'의 취소처분 개별기준 제1호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에 면허 취소 처분을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해당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는 위반 행위의 내용,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며, 대통령령 또는 부령에 처분 기준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사고의 경중과 관계없이 피해자를 구호하고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등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하여 부상을 입혔다면 사고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CCTV 영상과 피해자의 진술 등을 통해 원고가 사고를 인지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운전면허 취소와 같은 제재적 행정처분은 운전자의 직업이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위반 행위의 내용, 공익 달성 목적,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의 적법성이 판단됩니다. 특히 횡단보도 사고 후 미조치는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면허 취소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