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A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피고 학교법인 D(E병원)에서 두 차례, 피고 국립암센터에서 한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뇌병변 장애, 사지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원고 A와 그의 부모 B, C는 피고 병원들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들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피고 국립암센터가 원고 A의 3차 수술 시 발생 가능한 중증 장애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원고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 국립암센터는 원고 A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원고 A의 나머지 청구와 원고 B, C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1년 3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피고 학교법인 D이 운영하는 E병원에서 2011년 4월 11일과 4월 18일 두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2차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 혼선이 있었고, 피고1 병원은 3차 수술을 권유했으나 원고 측은 거절하고 2011년 4월 29일 퇴원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2년 11월 1일 피고 국립암센터에 비수술적 치료 상담을 위해 내원했으나 수술적 치료를 권유받았고, 증상 악화로 2012년 11월 23일 3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3차 수술은 뇌부종이 심한 상태에서 25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수술 후 원고 A는 의식장애 및 사지장애 증상을 보여 뇌병변장애 등의 중증 후유증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피고 병원들이 수술상 과실과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총 16억 4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종양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경막 미봉합, 두개골편 미고정, 조직검사 오류, 경과관찰 미흡, 무리한 수술 진행 등)을 저질렀는지 여부, 수술의 위험성 및 후유증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이러한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에게 발생한 중증 후유증의 원인(인과관계)이 되는지, 그리고 손해배상의 범위와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성인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설명의무 위반 시, 환자 본인 외 친족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도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국립암센터는 원고 A에게 2012년 11월 23일부터 2021년 6월 9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20,0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피고 국립암센터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학교법인 D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고, 원고 B, C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A와 피고 국립암센터 사이에는 원고 A가 70%, 피고 국립암센터가 나머지를 부담하며, 원고 A와 피고 학교법인 D 사이 및 원고 B, C와 피고들 사이의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각각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 D이 운영하는 E병원의 1차, 2차 수술과 피고 국립암센터의 3차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국립암센터가 원고 A의 3차 수술 시, 수술로 인해 시야 손상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도 영구적으로 중증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원고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 국립암센터는 원고 A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2천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부모인 원고 B와 C는 성인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설명의무 위반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므로 그들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주로 의료상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과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상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 및 추정: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환자 측은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가 의료행위 외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상의 과실 존재 자체는 환자 측이 입증해야 하며,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막연히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등). 본 판례에서는 피고 병원의 수술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전형적으로 발생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됩니다.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7다248919 판결 등). 이 판결에서는 피고 국립암센터가 원고 A에게 3차 수술 시 중증 장애 발생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설명의무 위반이 직접적으로 치료 결과의 악화와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치료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되거나 원고의 현 증상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고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로 손해배상 범위를 2천만원으로 한정했습니다.
설명의무의 상대방: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환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설명의 상대방이 되어야 합니다. 환자의 친족 등 제3자는 설명의 상대방이 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13843 판결 등). 이 판결에서 원고 A의 부모(B, C)의 청구가 기각된 근거가 됩니다.
중대한 의료행위를 앞두고 있다면, 병원 의료진에게 수술의 필요성, 방법, 그리고 예상되는 모든 위험성, 후유증, 부작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요청하고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위험이 있다면 그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들어야 합니다. 환자 본인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인 경우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은 환자 본인에게 직접 이루어져야 하며, 대리인을 통한 설명이라 할지라도 환자 본인의 위임 여부와 의사결정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상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의료 기록 및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의견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 측이 수술동의서 등에 위험성을 기재했더라도 단순히 인쇄된 부동문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의무 이행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고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동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