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다툰 사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원 합숙소로 임차한 아파트의 임대인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임대인으로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승계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최초 임대인인 원고는 아파트를 B에게 매도하면서 B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도록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매수인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보증보험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최초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최초 임대인은 자신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임대인 지위 승계가 보증보험 가입을 전제한 조건부 승낙으로 보아야 한다며 최초 임대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아파트의 최초 소유주이자 임대인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임대차계약 후 B에게 아파트를 매도했습니다.
• 원고보조참가인 I 주식회사: 최초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보증하는 보증보험을 체결한 회사입니다.
•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원고 A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한 법인으로, 임대인 변경 후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 B: 원고 A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한 새로운 소유주이자 임대인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두 번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주식회사 J 및 K조합: B가 아파트 매수 후 아파트에 설정한 근저당권 및 근질권 설정에 관련된 금융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9년 11월 18일 원고 A와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법인인 피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담보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 특약을 두었으며, 2020년 1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 I 주식회사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2020년 1월 23일 B에게 이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B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2억 3천만 원을 인수하는 것으로 매매대금 일부를 갈음하기로 했습니다. 이 매매계약에도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해야 함'이라는 특약이 있었습니다. 2020년 1월 28일 원고 A는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고, B는 2월 7일 주식회사 J에 채권최고액 2억 8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20년 3월 19일 B와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두 번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임대인 사유로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이 되지 않을 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피고는 I 주식회사에 B의 보증금 반환채무에 대한 보증보험 계약 체결을 의뢰했으나, I 주식회사는 B의 자산 상태 및 근저당권 설정 등을 이유로 2020년 6월 5일 계약 체결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20년 6월 9일 원고 A와 B에게 보증보험 계약 체결이 불가능함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새로운 임대인으로의 임대인 지위 승계가 보증보험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낙이었는지, 아니면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확정적으로 승계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최초 임대인인 원고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최초 임대인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판단입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 및 매매계약의 특약사항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승낙이 새로운 임대인(B)에 대한 보증보험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낙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승낙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최초 임대인인 원고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착오를 이유로 임대인 지위 승계 승낙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민법상 계약 해석 원칙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4항 (대항력과 임대인 지위 승계)​:

  • 주택임차인이 건물에 입주하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을 갖게 되고, 임차 건물 양도시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합니다.
  • 그러나 법인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법인이 주민등록 요건을 구비할 수 없으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되더라도 양수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시키기로 하는 당사자들의 특약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임대인의 법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 이 사건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법인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임대인 지위 승계는 특약사항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어야 했습니다.

• 민법 제109조 제1항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취소)​:

  •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단,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취소하지 못합니다.
  • 법원은 이 사건 특약사항 제5항을 원고의 주장처럼 확정적인 승낙으로 해석해야 한다 하더라도, 피고가 새로운 임대인에 대한 보증보험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승낙할 의사였고 그 불일치 부분이 계약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며 피고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피고가 착오를 이유로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승낙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의 해석에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합리적인 목적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참고 사항

임대인이 변경되는 상황에서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계약서의 세부 내용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 특약사항의 중요성: 임대인 변경 시 보증금 반환채무 승계 여부,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 핵심 사항에 대한 특약사항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단순한 문구 한 줄이 분쟁의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 법인 임차인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요건 중 '주민등록'은 법인이 충족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인 임차인은 보증보험 가입 등 다른 방법으로 보증금 회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 임대인 변경 시 확인사항: 임차인은 새로운 임대인의 자력, 신용도, 그리고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 변경 시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 면제가 조건부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확실히 확인하기 전에는 기존 임대인의 책임이 소멸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 등기부등본 확인: 임대차계약 체결 전후로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근저당권 설정 등 임차보증금 회수에 영향을 미 줄 수 있는 권리 변동 사항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보증보험을 담보로 삼았기 때문에 등기부등본 확인을 소홀히 했으나, 이것이 결국 문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계약 해지 통보의 명확성: 만약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할 경우, 그 해지의 원인과 효력 발생 시점 등을 명확히 하여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