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폐렴 예방접종 후 안면마비 보상 거부 판결
이 사건은 폐렴구균 예방접종 후 안면마비 증상을 겪은 원고가 국가(질병관리본부장)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대법원은 예방접종과 안면마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고, 제소기간 준수 여부에도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특히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인과관계를 추단하는 기준과 행정소송의 제소기간 기산점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폐렴구균 예방접종 후 안면마비 증상을 겪고 국가에 피해보상을 신청한 개인
- 피고 (질병관리본부장): 감염병 예방접종 피해 보상 업무를 담당하며, 원고의 보상 신청을 거부한 기관의 장
분쟁 상황
원고는 2013년 9월 3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은 날 저녁부터 발열 증상을 느끼고, 좌측 안면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접종 전에는 이명 증상이 있었으나 안면마비는 없었습니다. 원고는 예방접종 피해 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은 2014년 3월 27일 1차 거부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4년 7월 17일 이의신청을 했고, 2014년 9월 29일 2차 거부통보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2014년 12월 23일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2015년 8월 7일 기각되었고, 2015년 10월 8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의학적 소견은 폐렴구균 백신과 안면마비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주를 이루었으나, 면역력 저하나 신체적 스트레스가 유발 요인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이상 반응 관리지침에는 안면마비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폐렴구균 백신이 20년 이상 널리 접종되었음에도 안면마비와의 상관성 보고는 드물었습니다. 원고는 접종 당시 만 75세 고령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안면마비의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
예방접종과 안면마비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피고인 질병관리본부장이 처분 권한을 가진 적법한 피고인지 여부, 그리고 소송이 정해진 기간(제소기간) 내에 제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인과관계 판단과 제소기간 적용에 법리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예방접종과 안면마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있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법리를 오해했으며, 제소기간 준수 여부에 대한 판단에도 오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하였고, 특히 원고가 다투는 처분이 첫 번째 거부통보인지, 아니면 두 번째 거부통보(이의신청 기각)인지 명확히 한 후 재판을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71조 (예방접종 피해 국가 보상책임): 국가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한 사람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해야 합니다. 국가는 무과실책임을 지지만, 예방접종과 피해(질병, 장애,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 예방접종 피해 인과관계 증명 기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접적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 그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예방접종과 피해 발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추론 가능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해당 장애와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에 대한 보고가 없다면 인과관계 판단 시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피고적격): 취소소송은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합니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 및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0호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의 예방접종 피해보상 업무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되어 있으므로, 질병관리본부장은 피해보상 거부처분에 대한 적법한 피고가 됩니다.
-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소기간):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었다면,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행정심판법 제4조 (특별행정심판): 제소기간 특례가 적용되는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일반행정심판과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특별행정심판을 의미합니다. 법령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의신청'은 특별행정심판으로 보지 않아 제소기간 계산 시 특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거부처분의 재신청과 새로운 처분성: 수익적 행정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한 경우,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이라면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봅니다. 특히 법령상 재신청이나 소멸시효 등에 제한이 없고, 행정청이 추가 자료 등을 검토하여 다시 심의한 후 거부한 경우, 이는 새로운 독립적인 행정처분으로 보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 인과관계 증명의 중요성: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지만, 예방접종과 피해 발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추론 가능성, 그리고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충분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막연한 추측이나 면역력 약화 가능성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다른 위험인자 및 의학적 근거 고려: 피해자가 해당 질병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예: 기존 질환, 고령 등)를 가지고 있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에 대한 보고나 연구가 없는 경우, 인과관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제소기간 준수: 행정처분(보상 거부 결정 등)에 대해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면, 행정심판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이의신청'은 행정심판으로 간주되지 않아 제소기간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다수의 거부처분이 있는 경우: 동일한 사안에 대해 행정청으로부터 여러 번 거부 통보를 받았다면, 각각의 거부 통보가 독립적인 행정처분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송에서 어떤 처분을 다툴 것인지 명확히 하고, 해당 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을 정확히 준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