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

자동차 제조 회사 H 주식회사 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00여 명이 자신들이 실제로는 H 주식회사의 파견근로자이며 직접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상당수의 원고들이 H 주식회사에 대해 파견근로자로서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년이 도래하여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게 된 일부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으며, 정년이 경과한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의무도 소멸한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근로자들): H 주식회사 공장에서 일했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A 외 88명, B, C 외 137명 등 총 227명).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파견근로자이며 직접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사용사업주): H 주식회사 (변경 전 상호 I 주식회사).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으로, 원고들이 소속된 사내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은 회사입니다.
• 원고 D의 소송수계신청인들: 사망한 원고 D의 소송을 이어받으려 한 상속인들 (E, F, G).

분쟁 상황

피고인 H 주식회사는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공장 내 여러 공정을 사내협력업체에 위탁하여 운영했습니다. 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자동차의 핵심 생산 공정(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는 공정)뿐만 아니라 소재 제작, 생산 관리, 출고 검사(PDI), 수출 방청, 포장(KD) 등 간접 공정에서도 일했습니다. 이들은 H 주식회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H 주식회사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에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단지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H 주식회사에 직접 고용되어야 할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H 주식회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과 그에 따른 임금 차액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실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파견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파견근로 판단 기준.
2.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 특히 정년이 이미 도래한 근로자들의 경우.
3.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직접고용의무 발생 후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정년이 도래했을 때 그 법적 효과가 소멸하는지 여부.
4. 직접고용간주 이후 파견사업주(하청업체)와의 근로관계 단절이 사용사업주(원청)와의 직접고용간주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5. 연장·야간근로시간 산정의 적정성.
6. 사망한 원고의 소송수계 필요성 여부.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 J 등 34명의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는 정년 도래로 인해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소를 각하했습니다.
2. 별지1, 별지2 원고 명단에 기재된 나머지 원고들과 원고 B의 상고, 그리고 피고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라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주장은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3. 원고 D의 소송수계신청인들의 소송수계신청은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 사망한 경우 소송수계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4. 소송총비용 및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 H 주식회사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고, H 주식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으며, H 주식회사가 근로조건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자파견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상당수 원고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H 주식회사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고용의무를 부담한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년이 지난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가 각하되었고, 정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의무도 소멸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파견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정년 제도를 조화롭게 해석한 결과로 보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에서 주요하게 적용된 법령 및 법리입니다.

1.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의 정의)​:
   • 이 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 법원은 당사자가 계약에 붙인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근로관계의 실질을 바탕으로 파견 여부를 판단합니다. 즉, 원청(사용사업주)이 하청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지, 하청 근로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와 함께 일하며 원청 사업에 편입되었는지, 원청이 근로자의 선발·훈련·근무시간 등을 사실상 결정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2.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직접고용의무)​:
   • 일정 요건을 충족하여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 규정은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것입니다.
   • 판례는 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더라도,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정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직접고용 시 원칙적으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정년 제도는 그 근로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3.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법리: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데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되는 요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은 이미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더 이상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이 그들의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아 소가 각하되었습니다.
4. 정년과 직접고용 효과: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에 정년 규정이 있다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고용간주 효과가 발생했거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더라도 그 정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간주 효과나 직접고용의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내용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실질적인 고용 관계 판단: 계약서상의 명칭이 '도급'이나 '하청'이라 하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에서 원청(사용사업주)의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받거나 원청 직원의 업무와 구분 없이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일하는 등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다면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 원청이 작업 투입 인원 선발, 교육, 근무 태도 점검 등에 대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는지,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독립적인 기업 조직 및 설비 구비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2. 정년의 중요성: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때는 정년 도래 여부가 중요합니다. 이미 정년이 지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라면 법원에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3. 직접고용간주 후 관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간주 효과가 발생하거나 직접고용 의무가 생겼다면, 이후 파견사업주(하청업체)와의 근로관계가 일시적으로 단절되더라도 이것이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의 직접고용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4. 임금 및 손해배상 산정: 불법 파견이 인정될 경우, 사용사업주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액이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단체협약 등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연장근로, 야간근로 시간 등이 추정되어 산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