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입찰 과정에서 피고 건설사들이 공구 분할 및 들러리 입찰을 통해 담합하여 서울특별시에 손해를 입힌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원심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첫 번째 계약 체결일로 보아 원고의 청구가 시효 완성으로 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계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총괄계약 체결 시 총공사대금이 확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연차별 계약을 통해 구체적인 공사대금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각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를 발주했고, 조달청장은 이를 6개 공구로 나누어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피고 건설사 컨소시엄들은 입찰 전 다른 건설사들과 공구를 분할하고, 낙찰 가능성이 낮은 업체들을 들러리로 참여시켜 피고들이 4개 공구의 낙찰자가 되도록 담합했습니다. 이후 피고들은 조달청과 2004년 12월 30일 각 공구별로 첫 번째 시설공사도급계약(1차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서에는 각 계약금액 외에 총공사준공일 및 총공사금액이 부기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들은 이후 공사완공일까지 각 공구별로 여러 차례의 연차별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이러한 피고들의 담합 행위로 인해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인 담합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서 지방재정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때, 장기계속공사계약의 특성을 고려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시작점)이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특히 총괄계약 체결 시점에 전체 손해가 확정되어 시효가 시작되는지 아니면 각 연차별 계약 체결 시점에 해당하는 손해에 대해 시효가 시작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공사금액과 기간을 부기한 '총괄계약'은 잠정적인 기준일 뿐이며, 구체적인 공사대금의 범위와 이행기간 등은 '연차별 계약'을 통해 비로소 확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계약(1차 계약) 체결 시 총괄계약이 함께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그때 총공사금액 전체에 대한 손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소멸시효가 일괄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총괄계약의 효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연차별 계약별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아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2항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1조, 시행령 제69조 제2항 (장기계속공사계약의 특성):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의 금전 채권 소멸시효):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장기계속공사계약의 경우, 비록 최초 계약서에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이 부기되어 있더라도 이는 전체 사업의 잠정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실제 손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은 각 연차별 계약이 체결되어 해당 연차의 공사대금이 확정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합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할 때는 최초 계약일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내용과 그에 따른 공사대금 확정 시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의 채권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시효기간과 기산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해의 현실적 발생 여부가 소멸시효 판단에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