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대한제강 주식회사는 2002년 국내 철근 시장에서 다른 제강사들과 함께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습니다. 대한제강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1차 가격 인상 행위가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의 일부를 파기하고 해당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제강을 포함한 철근 제조 회사들이 2002년 초부터 철근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담합했다고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한제강은 자신들의 가격 인상 결정이 경쟁사들과의 합의가 아닌 독자적인 경영 판단이며, 과점 시장에서 선도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단순히 따른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대한제강의 철근 가격 인상 행위, 특히 2002년 3월 1일의 1차 가격 인상이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과점 시장 구조에서 선도 업체의 가격 인상을 후발 업체가 단순 모방한 경우에도 담합의 합의가 추정되는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 행위 기간에 대한 매출액 산정을 올바르게 했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대한제강이 2002년 3월 1일부터 2002년 5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 철근 가격 담합 행위를 하였다는 전제하에 내려진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각 과징금 납부 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1차 가격 인상 행위에 대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이 복멸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차부터 5차까지의 가격 인상 행위에 대해서는 담합의 합의 추정을 뒤집을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대한제강의 1차 철근 가격 인상 행위는 과점적 시장 구조에서 다른 대형 제강사들의 가격 인상을 신문 기사 등으로 인지하고 단순히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담합의 합의 추정이 깨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1차 가격 인상 시기가 포함된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징금 납부 명령은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오류가 있어 위법하다고 보아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차에서 5차에 이르는 가격 인상 행위에 대해서는 여러 정황상 담합의 합의 추정을 복멸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담합으로 인정했습니다.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법) 제19조 제5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
이 조항은 여러 사업자가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명시적인 합의의 증거가 없더라도 해당 사업자들 사이에 담합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담합 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져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외형상 나타나는 공동 행위를 통해 합의를 추정하고 사업자가 합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공정거래 질서 유지의 실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과점 시장과 같이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도 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후발 업체가 이를 일방적으로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때 선도 업체가 자신의 가격 결정에 다른 업체들이 동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가격을 결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19조 제5항에 따른 공동 행위의 합의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즉, 단순한 시장 상황에 따른 병행적 가격 책정은 담합이 아닐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법 제55조의3 제1항 (과징금 부과 기준):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과 같은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간 및 횟수, 그리고 위반 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징금 액수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과징금 부과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규정입니다. 만약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기간의 매출액을 포함하여 과징금 부과 기준을 산정하거나,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오류가 있다면, 해당 과징금 납부 명령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
과점 시장과 같이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여러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가격 인상 등 공동 행위를 보일지라도 무조건 담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후발 업체가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도 업체의 가격 인상을 단순히 모방하여 가격을 결정한 경우,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고 선도 업체가 이를 예상하고 가격을 결정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담합의 합의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담합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시장의 특성과 현황, 상품의 속성, 유통 구조,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내외부적 요인, 각 사업자의 시장 지위 및 경영 판단의 정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 시 위반 행위의 기간 및 이에 따른 매출액 산정을 정확하게 해야 하며, 위반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기간이 포함된 경우 과징금 명령이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