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인 A 주식회사는 피고인 B공사와 700기압 수소충전설비의 냉각장치에 필요한 냉동시스템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내용에는 냉동시스템 설계 및 제작에 필수적인 1주차 도서와 4주차 도서의 제출 기한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정해진 기한 내에 도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제출된 일부 도서도 보완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의 도서 제출 지연 및 미흡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계약 해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피고가 원고에게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관련 행정소송에서 취소된 바 있습니다.
피고 B공사는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냉각장치 개발을 추진하며 원고 A 주식회사와 냉동시스템 납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는 냉동시스템 설계 도면(1주차, 4주차 도서)을 특정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가 이 도면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완전히 제출하지 못하자, 피고는 이를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보아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도면 제출 지연이 계약 해지를 정당화할 만큼의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계약 해지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원고의 도서 제출 의무 불이행이 계약 해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정기행위' 또는 '주된 채무' 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고가 계약 해지 전에 민법상 요구되는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의 최고(독촉)'를 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7. 8. 31. 체결된 C 물품구매표준계약(계약번호 D)에 관하여 피고가 2017. 10. 20. 원고에게 한 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도서 제출 의무가 정기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도면 제출 행위는 그 객관적인 성질상 약정한 납기일에 도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절대적인 정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당사자들 간에 정해진 기간 내에 도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계약의 종국적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정기행위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도서 제출 의무가 정기행위임을 전제로 한 피고의 계약 해지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원고의 도서 제출 지연이 계약 해제 사유인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도서 제출 기한을 위반했더라도, 해당 의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불가결한 주된 채무에 해당하거나 그 불이행으로 인해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냉각장치에 포함된 냉동시스템을 설계, 제작하는 것이며, 도서 제출은 최종 목적 달성을 위한 업무의 한 단계에 해당합니다. 또한 도서 제출은 시기 준수보다는 내용의 정확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며, 제출된 1주차 도서의 내용도 수정·보완을 거치면 계약 요구사항에 부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되었습니다. 4주차 도서의 미제출 역시 부수적 채무 불이행으로 보아 계약 해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도서 제출 기한 위반은 적법한 해지 또는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행 최고 등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해지 통보에 의한 계약 해지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계약자가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경우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조항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으나, 행정법원에서 해당 처분은 취소되었습니다. 민법 제554조 (해지, 해제): 이 조항은 계약의 해지 및 해제에 관한 일반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에 대해 다루었으며, 특히 '정기행위'와 '주된 채무' 불이행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해당 채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불가결한 '주된 채무'여야 하며, 단순히 계약의 부수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전체를 해제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또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 시에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 이행을 최고(독촉)해야 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도면 제출이나 중간 보고와 같은 부수적인 의무가 계약의 주된 목적 달성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그리고 해당 의무 불이행 시 계약 해지까지 가능한지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시 약정된 의무가 '정기행위'(특정 시기에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또는 '주된 채무'(계약의 핵심 목적)인지 '부수적 채무'인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수적 채무 불이행만으로는 계약 전체를 해지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상 기한은 최대한 준수하려 노력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모든 의사소통 및 협의 내용은 반드시 문서로 기록하여 증거를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채무 이행을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독촉)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