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경주 한옥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붕 방수 공사를 하던 원고가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원고는 건축주인 피고가 작업 현장의 안전난간 미설치, 안전장비 미지급, 사전 안전 교육 미실시 등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약 3천9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관계를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도급계약으로 판단하고, 피고가 공사의 시공 방법이나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에게 안전배려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5년 6월 25일부터 경주시 C 외 2필지 토지상 1층 한옥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붕 방수 공사를 수행했습니다. 2015년 7월 4일 12시 30분경, 원고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지붕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약 2~3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원고는 관절 내 분쇄골절(중골, 족부, 좌측), 압박골절(요추 제1번), 골절(극돌기 흉추 제12번), 좌측 후경골신경 손상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9급의 장해 등급을 인정받아 휴업급여, 요양급여, 장해급여 등 총 1억 4,472만 420원의 급여를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공사 현장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고, 안전벨트나 보호구 같은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위험 요소에 대한 사전 교육을 하지 않는 등 사업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39,526,000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건축주인 피고가 지붕 방수 공사 작업자인 원고에 대해 실질적인 고용 관계에 따른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피고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가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에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가 인정될 경우, 사용자는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의무는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이며, 이를 위반하면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다7301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도급인이 수급인 및 그 피용자에게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다만,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 방법이나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실제로 이를 행사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방수 공사 전부를 도급했으며, 원고는 자신의 인부 2명과 장비를 가지고 작업을 수행한 점, 그리고 피고가 공사의 시공 방법이나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안전배려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할 때에는 계약 형태(고용계약, 도급계약 등)를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안전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안전 장비(안전벨트, 보호구 등)를 스스로 챙기고, 반드시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작업해야 합니다. 고소 작업 등 위험한 작업 시에는 작업 전 위험 요소를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고 경위, 당시의 작업 조건, 계약 관계 등 관련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급여를 신청하여 치료비 및 휴업 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 급여 수령 후에도 추가적인 손해가 있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때는 책임 주체와 손해액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안전배려의무는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인정될 때 발생하므로, 단순히 도급 관계에 있다고 해서 항상 도급인에게 안전배려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 방법이나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행사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에 있는 경우에만 도급인에게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