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 행정
오랫동안 운영이 중단되어 사실상 방치된 폐기물 처리 사업장을 인수한 A 주식회사가 새로운 고형연료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위해 곡성군에 건축(복합)허가를 신청했으나 불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무허가 폐기물 처리시설’에 해당하며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이 폐기물 관리의 공익적 목적에 반한다고 보아, 곡성군수의 불허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B는 전남 곡성군에서 폐기물 중간처분업(소각) 및 종합재활용업을 운영했습니다. 소각시설은 2015년 화재로 가동이 중단되었고 단미사료생산시설은 2017년 주민 민원으로 멈췄습니다. 2017년 B는 피고 곡성군수로부터 폐기물재활용 관련 법령 위반으로 고발 및 시정조치를 받았고, 이후 폐기물재활용시설 전체를 폐쇄하고 SRF 제조시설 등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변경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B는 시설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2018년 자회사 L에 허가를 양도했습니다. L도 변경 허가에 따른 공사를 추진하지 못하고 2019년 3월 폐기물중간처분업 휴업신고를 한 후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여 사업장은 2017년 변경 허가 내용이 전혀 이행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M는 가동 중단된 이 사업장을 인수하여 ‘파·분쇄 처리 방식의 고형연료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고자 2022년 4월 L의 주식을 매수하고, L의 상호를 A 주식회사로 변경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22년 5월 곡성군에 이 사업을 위한 건축(복합)허가를 신청했으나, 곡성군수는 2023년 11월 7일 이 사업장이 실질적인 무허가 폐기물 처리시설에 해당하며, 이러한 상태에서 건축 허가를 내줄 경우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회피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가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곡성군수의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폐기물 처리 사업장의 건축(복합)허가 불허가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방치되어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존 사업장이 폐기물관리법상 ‘무허가 폐기물 처리시설’로 볼 수 있는지와,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곡성군수가 A 주식회사에 내린 건축(복합)허가 불허가 통보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장기간 방치되어 변경 허가 내용대로 시설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채 가동이 중단된 폐기물 처리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무허가 폐기물 처리시설’로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무허가 상태의 사업장에 새로운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은 폐기물 관리의 공익적 목적에 반하며, 행정청이 건축허가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곡성군수의 건축 허가 불허가 처분은 적법하며, A 주식회사의 소송은 최종적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건축 허가의 법적 성격과 폐기물 관리의 공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제25조(폐기물 처리업의 허가 등) 제2항, 제3항, 제5항, 제11항: 이 법 조항들은 폐기물 처리업을 하려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추고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할 때도 변경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폐기물을 허가받지 않고 보관하거나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행정 처분이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기존 사업장이 변경 허가를 받고도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방치하여 실질적으로 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무허가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폐기물 관리의 근본적인 목적, 즉 폐기물의 적정 처리를 통한 환경 보전과 국민 건강 보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 제1항, 제5항: 이 조항들은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특히 폐기물 처리시설과 같이 다른 법률의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 건축 허가 신청 시 관련 법률의 인허가도 동시에 처리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이를 복합허가 또는 의제처리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5항인데, 이는 건축 허가가 특정 법령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주변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여 허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행정청에 재량권을 부여합니다. 이 판결에서 곡성군수는 폐기물관리법상 무허가 폐기물 처리시설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에서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거부했고, 법원은 이러한 거부 사유가 건축법상 허가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인정했습니다.
건축허가의 법적 성격 및 행정청의 재량권: 건축 허가는 단순히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기술적 요건만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건축 행위가 공익 및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심사하는 행정청의 재량 행위입니다. 특히 환경 오염 발생 가능성이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과 같은 경우, 행정청은 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환경 보호, 주민 생활 환경 보호 등 공익적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폐기물 처리시설의 건축 허가에 있어 폐기물 관리의 중요성과 환경 보호라는 공익적 관점이 개별 건축 행위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폐기물 처리 사업장과 같은 특수 시설은 기존 사업장을 인수하거나 활용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